[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현직 검사가 사건 청탁을 대가로 고급 외제차를 받았다는 이른바 '벤츠 여검사' 의혹에 대해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등 속전속결에 나서고 있다.
30일 법조계 안팎에선 이와 관련, 최근 경찰과 날선 대립을 벌이는 검찰 내부에서 '불미스런 악재'를 시급히 잠재우지 못하면 '검·경 수사권 조정' 논란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사와 검찰공무원 비리에 대해 독립적 수사권한을 달라고 공공연하게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경찰의 거센 요구와 맞물려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 수뇌부는 연일 터지는 악재에 대응책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초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벤츠 여검사' 의혹과 관련, 이미 지난 7월 진정을 접수했지만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넉달 가량 감찰을 벌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수사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대검 관계자는 "당초 진정 내용에는 사건청탁 대가로 샤넬 핸드백을 받았다는 내용은 없고 벤츠를 제공받은 의혹만 있었는데 신빙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당시에는 검사장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 "검찰 비리 수사권 달라"..'벤츠 여검사' 불씨될까
수사권 조정안에 경찰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검찰은 의견표명을 자제한 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 집단행동으로 반발하고 있는 일선 경찰은 검찰 비리에 대한 수사권만 준다면 국무총리실의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경찰의 내사 권한을 축소하는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검찰에 대한 견제 권한을 얻겠다는 뜻으로 입법예고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수사 경과(警科)를 포기하고 수갑을 반납하는 등 집단 반발하던 경찰은 정치권을 통해서도 압력을 넣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벤츠 여검사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경우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검찰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부장판사 출신의 부산지역 중견 변호사가 현직 검사장급 간부 2명에 대한 사건 청탁과 함께 의뢰인에게서 받은 금품을 건넸다는 진정에서 시작된 의혹은 금품제공 사실이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나 그대로 종결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수도권 검찰청에서 사표를 낸 한 여검사가 문제의 변호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승용차와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분위기다.
조직의 도덕성 논란은 검찰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법의 모 판사는 "법을 다루고 집행하는 법조인에겐 보통 사람 이상의 높은 도덕과 윤리 수준이 요구된다"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행태가 또다시 그대로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특임검사 지명..'벤츠 여검사' 수사 박차
이날 대검찰청 박계현 대변인은 "한상대 검찰총장은 이창재 수원지검 안산지청장(46·사법연수원 19기)을 특임검사로 선임,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사 비리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한 특임검사가 임명된 것은 지난해 '그랜저 검사' 사건 수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이창재 특임검사는 별도 수사팀을 편성해 사무실을 부산에 두고 곧장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그동안 수사를 전담해온 부산지검 수사팀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비롯해 인력 구성·운영 및 수사에 관한 전권이 특임검사에게 위임된다.
특임검사는 수사 과정에서는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총장과 대검 감찰위원회에 보고하면 된다.
'벤츠 여검사'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결국 특임검사가 지명됐지만 해당 여검사가 제출한 사표가 수리될 때까지 감찰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8월 취임한 한상대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종북 좌익세력 척결' '부정부패와의 전쟁' '내부 감찰 강화' 등 3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