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재송신 협상이 결렬되면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이하 케이블SO)는 미리 알린 대로 지상파방송 중단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최선을 다했지만 협상이 결렬됐다"며 "하루 1억 5000만원씩 누적되는 강제 이행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법원 판결대로 지상파방송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케이블SO는 24일 오전 0시부터 권역 내 TV자막을 통해 “지상파 HD 신호 공급이 중단된다”고 알리고 있다.
24일 오후에는 강대관 SO연합회장이 TV 화면을 통해 시청자담화문을 발표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지상파방송 중단..블랙화면 보게 되나
케이블SO가 지상파방송 중단을 선언했다고 해서 케이블 가입자가 당장 ‘블랙화면’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니다.
SO연합은 KBS2, MBC, SBS의 디지털 신호를 끊겠다고 했기 때문에 케이블방송의 디지털 상품에 가입한 이용자는 24일 오전 12시부터 고화질 대신 저화질로 세 방송사의 프로그램을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1500만 명을 밑도는 전체 케이블방송 가입자 가운데 약 400만 명을 헤아리는 수치로, 화질에 민감한 이용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더욱이 케이블방송의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하고도 디지털TV로 HD급 지상파 프로그램을 수신하던 이용자들 역시 SD급 저화질의 지상파방송을 보게 될 것으로 보여, 이른바 피해 규모는 400만 명을 훨씬 웃돌 것으로 보인다.
◇ 협상 결렬..막을 수는 없었나
23일 오후 개시된 지상파-케이블 방송사업자의 마라톤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케이블 쪽은 이미 지상파 중단을 알리는 이튿날 조간신문 광고를 준비하는 등 협상 결렬은 실상 예고된 바나 다를 바 없었다는 게 업계 대체적 시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23일 안으로 갈등을 매듭짓고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양쪽 이견은 너무 컸고 방통위의 조정력은 먹히지 않았다.
이른바 난시청 문제를 지상파 대신 유료방송이 해결하는 식으로 잘못 정착돼 온 방송환경과, 방송 저작권ㆍ재송신과 관련해 해당제도가 미처 구비돼 있지 않았던 이번 분쟁의 태생적 한계를 감안해도 방통위의 조정 실패는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재송신 갈등 전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는 피해 규모가 전국적이라는 점에서 시청권 침해 기록 가운데 가장 큰 오점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 상처 입은 방통위..영이 안선다
이번 재송신 분쟁으로 가장 상처 입은 쪽이 방통위라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시중 위원장은 협상 막바지 비공식 테이블로 지상파 케이블 양쪽 사장단을 불러내 최대한 협상 타결을 끌어내려 했지만 MBC의 경우 이에 응하지 않고 23일 자정이 다 되도록 연락 두절되는 등 방통위는 주무기관으로서 끝내 무기력한 모습만 노출했다.
방통위는 앞서 협상이 결렬되면 양 사업자에 행정조치를 포함한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 지경이 되도록 방통위는 대체 뭘 했는가“라며 ”이번 사태로 ‘최시중 방통위’가 종편과 IPTV를 출범시킨 것 외에 아무 것도 한 게 없다는 걸 드러냈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 지상파 중단은 케이블 자충수?..승자는 없다
지상파방송 중단에 따른 비난여론은 일차적으로 케이블SO를 향할 것으로 보이지만,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 3사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방통위가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재송신 대가를 산술적으로 따질 수 있는 별도 공식을 양 사업자에 제안하기도 했지만, 지상파 사업자는 줄곧 자신들 입장만 앞세우다 협상 결렬을 자초했다.
지상파가 주장하는 콘텐츠 저작권이 법적으로 유효한 것일지라도, 주무기관이 마련한 협상테이블에 연락도 없이 불참하는 행태는 말 그대로 대화 자세가 안 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로 정상적 방송 신호가 끊기면 지상파 사업자가 난시청 해소를 얼마나 등한시했는지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선?
결국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 24일 낮부터 시작된다.
시청권을 침해당한 이용자가 케이블SO를 상대로 한 줄소송이 우선 예상되지만, 이참에 제도를 착근시켜 건강한 방송환경 토대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자 다툼은 제도로 푸는 게 가장 정상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값비산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방통위의 향후 행보가 다시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