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가 MBC <무한도전>에 중징계 수준의 ‘경고’ 조치를 예고하면서 또 다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프로그램의 ‘비속어 사용’과 ‘품위 없는 행동’ 등을 이유로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규제를 의결키로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방통심의위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일찌감치 ‘초토화’ 된 상태다. 이른바 ‘무도 팬’을 자처하는 이들이 방통심의위 결정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무도를 건드리지 말라”, “누가 누굴 평가하느냐”,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글을 남기며 구시대적 잣대를 갖다 대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 ‘무도’ 팬이 반발하는 까닭
방통심의위는 이미 논란으로 비난을 사오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지난주 방영분(24일 오후 6시20분 방송)에서 결정적 순간에 화면을 멈추고 ‘품위 유지’ 등등의 자막을 내보이며 방통심의위 판단을 꼬집었다.
앞서 ‘품위 없는 행동’으로 지난 15일 방통심의위로부터 지적받은 일을 예능프로그램 나름의 방식으로 희화화 한 셈이다.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지난 28일 방영분(오후 7시45분)에서 방송사 고위관계자를 등장시켜 “너 빵꾸똥꾸 쓰지 말라니까 왜 자꾸 써?”라고 일갈하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방통심의위가 전작인 <지붕뚫고 하이킥>의 ‘빵꾸똥꾸’ 용어 사용을 금한 일을 상기시켜 웃음거리로 삼은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2008년 2월 민간독립기구로 출범했지만 사실상 ‘검열’ 기능을 하고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방송 내용의 공공성을 돕겠다는 설립 취지와 무색하게 자의젓 잣대로 표현의 자유를 옭아매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른바 ‘방송 품위’의 적정성을 규정짓는 일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른바 성기 사진과 그림으로 파장을 낳았던 박경신 고려대 교수(방통심의위 위원)는 “‘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라고 지난 8월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어디까지 예술이고 외설인지 기준도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방통심의위가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통심의위의 보도·교양프로그램에 대한 심의와 제재가 해마다 증가하는 데다, 같은 교양물이어도 친일군인 백선엽을 긍정한 다큐멘터리에는 ‘문제없다’는 판단을, ‘4대강 공사’나 ‘미국쇠고기 수입’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에는 여지없이 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 공공성 요구되는 방송심의는 어떻게?
방송·언론계는 위원회의 6 대 3 의결구조가 문제를 내재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심의위원 9명 가운데 3명은 대통령이 지목하고, 3명은 국회의장이 원내 교섭단체 대표와 협의해 결정하고, 3명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추천으로 채우다 보니 여권의 목소리가 과반을 점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방송, 특히 지상파방송의 경우 상대적으로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심의 자체를 없앨 수 없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절충안으로 자율규제를 최선으로 삼되 심의는 민간으로 이양해 사후규제·간접규제에 그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회 문방위 소속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심의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전통적 명령지시적 규제는 규제자가 피규제자에게 포획되기 쉽고 과잉규제 경향이 존재한다”며 “현 심의방법을 자율규제로 바꿔 피규제자의 자발적 순응을 높이는 게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영국, 일본,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면서 “선진국 심의제도는 해당업계를 중심으로 민간단체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하거나 관련법으로 기준을 마련, 사후규제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심의위원을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징계를 위한 심의·의결은 만장일치로 정하도록 해야 하며, 보도프로그램 심의는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지난 1월 토론회에서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