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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진·한상대, 해결해야 할 현안 산적
고검 인사·기수문화 개혁…공안부 부활 예고
입력 : 2011-08-12 오전 10:02:35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MB정권' 말기 검찰조직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내부개혁을 단행해야 할 권재진 법무부장관(57·연수원10기)과 한상대 검찰총장(52·연수원13기)이 12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다.
 
두 사람은 각각 오전 11시30분과 오후 2시에 과천 청사와 검찰청 대강당에서 취임식으로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신임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게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로 뒤숭숭한 검찰내 분위기를 추스르는 한편, '고검인사·기수문화'를 개혁하고 로스쿨·법조일원화 등 새로운 사법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검찰조직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대통령과 동향인 TK(대구·경북) 출신 장관과 대학 동문인 고려대 출신 총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편파수사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 '방패막 인사' 논란…공정성 확보 시급

'방패막 인사' 논란을 뚫고 임명된 권 장관은 무엇보다 사정(司正)의 '공정성 확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특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권 말기마다 쏟아지던 최측근 비리에 대해 무게중심을 잡고 대처해야 한다는 게 법무·검찰 안팎의 목소리다. 현 정권의 핵심 참모로 불린 권 장관은 현 정부의 뒷문을 걸어 잠그는 자물쇠 역할에 그쳐선 안 된다는 설명이다.

대구 출신의 대표적인 TK라인으로 분류되는 권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초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을 여러 번 치렀다.
 
실제로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아직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누님'이라고 부르냐"고 물었고, 권 장관은 "평생 여사님을 누님이라 부른 적이 없고, 영부인도 제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권 장관 기용에 대해 'MB정권 말기의 방패막'이라는 데 부정적인 견해가 존재한다.

권 장관이 공정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권 장관은 "내년 총선과 대선 관련 선거사범 등 일체의 사건에서 정치적 시비가 없도록 검찰을 지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좌천'으로 인식되는 고검, 기회로 만들어야

흔히 '좌천'으로 인식되는 고등검찰청 근무제도 역시 필수 개혁과제다.

검사장급 인사가 단행되고 나면 고등검찰청과 지역 검찰청 근무를 '좌천'으로 인식해 당사자들이 사표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검으로 발령내는 것을 '암묵적 사표 종용'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세간의 주목을 받는 '공안·정치·금융범죄' 사건에서 멀어지고, 형사항고사건이나 공판·국가상대 송무 등을 담당하면서 일선 수사에서 멀어져 있어 '한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로펌에 취직할 때도 중앙지검 요직 부장검사로 재직하다 나올 때와 고검 검사로 재직하다 나올 때가 다르다는 게 법조계 후문이다.

검사장급 검찰 인사를 앞둔 대검의 한 간부는 "법무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면평가를 좀 더 체계화하고 과학화하는 등 평가방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장관과 총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참모들의 사심 없는 판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총장은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고검 발령을 좌천으로 인식하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검사들이 고검으로 발령 나면 한직으로 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고검 검사는 고참 검사인만큼 특화된 전문분야를 맡겨서 활용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 특수부와 공안부 거쳐야 엘리트 검사? 형사부 소외

높은 보직을 향해 내걷는 검찰인사의 엘리트 코스는 비교적 뚜렷하다.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앙수사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황금보직’으로 꼽히는 대검 과장·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대검찰청 기획관·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를 거쳐야 한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 검찰에서도 승진에 도움이 되는 자리가 '정통코스'로 통한다.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서울지검 특수부는 검찰 안에서도 일 잘한다고 알려진 핵심 인재들을 뽑아 공무원, 정치인, 기업인 등이 연루된 대형 특수사건을 수사한다.

해마다 검찰 인사결과를 놓고 특수부에 비해 형사 분야를 홀대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뤄진 검찰인사에서는 서울지검과 대검 중앙수사부에 특수통 검사들을 전면 배치했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에 전보된 윤갑근 수원지검 2차장은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재직했으며, 특수1부장으로 옮긴 이동열 대검 범죄정보1담당관은 2004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했다. 최윤수 특수2부장은 대검 조직범죄과장으로, 송삼현 특수3부장은 수원지검 특수부 경력을 쌓았다.
 
공안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특수부가 부상하기 전까지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였다. 지금은 다소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엘리트 검사의 한 축으로 존재한다.
 
그밖에 새롭게 엘리트 검사들을 흡수하고 있는 금융조세조사부와 첨단범죄수사부도 각각광을 받고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형사부에 대한 홀대다. 검찰의 가장 든든한 토대를 형성하고 있는 게 형사부라고는 하지만, 실상 고위 검찰 간부에 대한 인사를 보면 형사 파트는 존재감을 느끼기가 힘든게 현실이다.

◇로스쿨·법조일원화 정착 시급…변화하는 사법제도

신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게는 조직 안정과 검찰 개혁 뿐만 아니라 검·경 수사권 조정, 내년 대선과 총선 외에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법조일원화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도 핵심 과제다.

내년이면 법무부가 장기정책으로 추진해 왔던 '로스쿨 제도'의 첫 졸업생들이 배출된다. 그러나 전국 25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출범 3년차에 접어들었는데도 로스쿨 제도와 관련된 법들은 제정되지 못한 상황이다.
 
미래의 진로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학생들이 로스쿨 시작 불과 2년 만에 휴학을 해서 다른 직장을 얻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로스쿨 문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관련 법규의 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인사청문회 당시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은 "내정자는 모두발언에서 급격하게 변화하는 법조 환경에 대한 소신을 전혀 피력하지 않았다. 법무부 수장이 되려는 자가 세상의 변화에 둔감한 것 같다"며 "로스쿨·법조일원화 제도 도입 등으로 인한 새로운 사법제도시스템, 증가하는 신종범죄에 적절히 대응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법조일원화'는 판사·검사·변호사 간의 벽을 허물어 필요한 인력을 선출하는 제도로, 구시대적인 엘리트주의에 물든 법조계를 탈피하는 데 효과적인 방어막이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 검찰 조직 안정화…부산저축은행 수사 마무리

한 총장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혼란을 겪다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검찰 조직의 빠른 안정화다.

한 총장은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지금 검찰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무겁고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유능하고 진실하고 청렴한 검찰로 거듭나는 것만이 검찰의 살 길"이라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동기가 검찰총장에 오르면 나머지 동기생들이 사퇴하는 '검찰의 기수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인사청문회에서 한 총장은 "기수문화가 생긴 것은 선배가 후배를 위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고, 검찰총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이제는 바뀔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 다만 시간을 두고 정착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기수문화를 필두로 폐쇄적 구조에 얽매인 검찰 인사개혁을 실천할 의지를 내보였다.

한 총장은 다가올 8월 정기인사 등을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저축은행 비리 수사 등 굵직한 수사 현안들에 대한 결과물을 내놓는데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

저축은행 수사결과 중간발표 당시 여·야가 입을 모아 "호랑이 그리려다 개를 그렸다" 등 맹공을 퍼부은 점이 한 총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 '공안부 강화' 예고…시민사회와 마찰 소지

한상대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공안부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권성동 한나라당 의원이 서울지검 공안1부가 수사중인 지하당 '왕재산' 사건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사건"이라고 말하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반드시 지켜야 하고 정권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 과거 공안이 약해졌지만 지금 많이 회복했고, 더욱 역량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 총장은 이어 "왕재산 사건은 17년만에 거둬들인 결과다. 아주 공을 많이 들였다"며 "현재의 공안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철저히 수사하겠다" 밝혔다.

반면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공안 전성 시대'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여기에다가 한 총장은 "내년 선거에서는 허위사실 유포에 특별히 중점을 둬서 흑색선전을 반드시 발본색원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진영 간사는 "현 정권 들어 검찰 공안 기능이 대폭 확대되는 추세인데, 자칫 검찰권 행사가 공안 시각에 갇혀 공정성을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전임자들의 공과 발전시켜 '검찰개혁' 꾀해야

전임 이귀남 법무부 장관과 김준규 검찰총장은 임기 중 인사 관행과 수사패러다임의 혁신, 국제협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인사기록 카드에서 출신지·출신학교를 지우도록 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내부소통 방식에 변화를 도모했다.

또 검찰시민위원회, 기소배심제 추진, 특임검사제, 감찰본부 도입 등 검찰의 수사·기소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고 감찰 기능을 보강하는 개혁조치도 내놨다.

새로운 두 수장은 법무부와 검찰의 혁신을 꾀하면서도 전임자들의 공과를 계승·발전시켜 검찰개혁의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jiir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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