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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수해방지예산 삭감, 법적공방에 불리할 수도
손해배상책임, 인재(人災) 입증땐 가능…천재(天災)땐 어려워
입력 : 2011-07-27 오후 5:34:36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펜션이 매몰돼 인하대 학생 8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 2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우면산과 남태령에서도 산사태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서울시 서초동과 신림동, 광화문 일대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가운데 이를 방지해야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 범위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최근 5년간 수해방지 예산을 10분의 1 규모까지 삭감한 사실이 법적 분쟁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이 주목된다.
 
◇ 최근 판결 경향

폭우 피해를 당한 주민들은 도로나 하수시설 등 공공시설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민사·행정소송을 낼 수 있다.
 
최근 법원은 국가가 도로, 가로수, 다리 등 관리책임을 소홀했을 경우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추세다.

27일 전국 법원에 따르면 피해의 원인이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 잘못인 ‘인재’로 입증될 경우에는 법적 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천재지변적 성격을 가졌을 경우에는 배상받기 힘들다.

국가배상법 제5조는 도로, 하천, 기타 영조물의 설치·관리에 하자나 공무원의 명백한 과실이 있을 때만 배상을 인정하고 있고 규정과 판례 역시 엄격하다.

◇ 불가항력 ‘천재지변’, 보상받기 힘들어

폭우 피해를 입었더라도 사고 원인이 천재지변적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아 관리자의 시설 관리 부주의에 따른 책임을 입증하는 일이 쉽지 않다.

법원은 예상 범위를 넘어선 폭우에 대해서는 국가의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집중호우 당시 침수피해를 입은 한모씨 등 28명이 “적정용량의 하수도관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시흥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흥시가 하수관거용량을 증설했지만 계획된 시간당 최대강우량보다 훨씬 많은 시간당 52mm 내지 93mm의 집중호우가 쏟아짐에 따라 이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1998년 6시간 동안 340㎜라는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중랑천이 범람, 홍수 피해를 본 주민 110명이 서울시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수해 지역 제방이 정부가 책정한 계획홍수위보다 높았고 상습 침수지역이 아니었다”며 주민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 ‘관리상 하자’ 인정되면 배상책임 인정 
 
그러나 법원은 시설물의 설치·관리상 하자(잘못)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해당 시설물의 설치·관리 주체에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있다.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면 지자체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홍수 피해로 다수의 원고가 공동소송을 낸 첫 사례로 손꼽히는 ‘망원동 수재’ 사건의 경우 3700여명이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내 53억여원을 배상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유수지의 수문상자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 붕괴했다면 홍수에 대비한 방수용으로서 충분한 견고성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수해는 서울시가 설치·관리하는 공공물의 흠 때문에 발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1998년 집중호우로 우이천이 범람해 피해를 본 석관동 주민 189명이 서울시와 성북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배수관을 잘못 설치한 책임이 인정돼 주민에게 위자료를 20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이 났다.
 
비로 축대나 도로 인근 시설이 무너져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관리자의 책임만 인정된다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서울지법은 2003년 국도에서 차를 몰다 집중호우로 무너져 내린 돌무더기 때문에 숨진 현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안전시설을 갖추고 위험이 커지면 차량 통행을 막는 등 조치를 해야 함에도 낙석방지용 그물만 설치한 채 관리의무를 소홀히 한 잘못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 ‘도로 침수’ 알고도 주행했다면 운전자 책임
 
법원은 도로에 관리상 하자가 있어 침수된 도로에서 주행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운전자에게 90% 범위 내의 사고 책임을 묻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법원은 고모씨의 자동차보험회사인 D화재보험사가 광주시를 상대로 낸 구상금 등 청구소송에서 “비가 오면 물이 고이는 등 평소 도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도로의 침수상황을 잘 살펴 운행여부를 신중히 결정하지 않은 고씨의 부주의가 사고 발생의 큰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배수시설 관리 소홀로 장마철 집중호우 속에 차량 침수사고가 발생했다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한다.
 
지난 2009년 법원은 M보험사가 자동차보험 가입자 장모씨의 차량이 침수사고를 당한 것과 관련해 ‘도로 배수시설 관리를 소홀히 한 관리 당국에 손해 배상 책임이 있다’며 지자체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손해액의 30%인 87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정부 산하 포항국도관리사무소가 배수시설을 제대로 점검·보수하지 않아 도로가 침수되면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가가 차량 소유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 삭감…법정공방 불리할 수도

한편 서울시 수해방지 예산이 5년만에 10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도심 침수’ 사태를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이 연간 641억원(2005년)에서 66억원(2010년)으로 감소했다. 서울시의 연도별 수해방지 예산은 2005년 641억원이던 것이 2006년 482억원, 2007년 259억원, 2008년 119억원, 2009년 100억원, 2010년 66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폭우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예측할 수 없었던 정도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지만, 수해방지 예산을 지속적으로 삭감했다는 사실은 책임을 다하지 않았던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법원의 판례를 보면 지자체에서 시설물 관리나 재해방지 조치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될 때에는 일정부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김미애 기자 jiir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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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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