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여야가 상정한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이 무산되면서 정부의 부동산대책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는 최근 중견 건설업체들의 연쇄 법정관리신청 등 건설업계에 부는 유동성 위기에 이어 분양시장의 주택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1일 국토해양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주택수는 3만1074가구로 전달에 비해 2배 가량 물량이 증가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공급이 뜸했던 수도권이 봄철 분양 성수기와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앞두고 분양시장이 활기를 띄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무산되면서 이달 들어 반짝 살아난 분양시장이 다시 침체기로 접어들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시기를 다시금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돼 주택공급 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효과는 없고, 정부정책 불신은 `폭발`
정부는 3.22 주택거래활성화 대책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는 대신 분양가상한제를 풀어 민간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전월세가 치솟고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통해 그동안 중단됐던 민간주택 건설을 재개,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처음부터 정부와 야당이 정책 혼선을 일으키며 정부 정책에 불신만 키웠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취득세율 인하를 둘러싼 야당과 지방자치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토부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자 건설사는 기대감을 갖고 수도권 등 분양사업장마다 일정 연기를 검토해왔다. 특히 수익성 악화로 사업추진이 불투명했던 주요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도 재추진될 것으로 기대됐다.
이 같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듯 국회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외면했다. 지난 20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상정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무산되면서 건설업계의 관망세는 지속돼 주택공급 부족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폐지로 건설업체뿐 아니라 일반 실수요자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해졌다"며 " 앞으로 어떤 시장이 펼쳐질지 알 수 없어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됐다"고 비난했다.
◇ 건설사들 PF 대출에 이어 낙심..분양시기만 '저울질'
건설사들은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야당의 반대로 6월 임시국회에 상정도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다가 올해 안에 법안 처리 자체가 불투명해질수도 있지 않겠냐는 우려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절박한 발언들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을 해오던 20위권 내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도 분양가상한가 폐지를 요청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 통과가 안돼 일반분양 일정이나 재건축단지 조합도 사업추진일정을 잡는데 혼란을 느낄 것같다"고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에서 고급 주상복합아파트를 주로 짓는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폐지가 장기적으로는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지만 현재 부동산 경기 상황으로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며 "결국 처음부터 정부대책에 기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비판했다.
조민이 부동산1번지 리서치팀장은 "정책이 합의가 되지 않은 채로 나와서 시장의 혼란이 더해졌다"며 "특히 재개발지역은 악재로 이어질 수 있고, 심리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협회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 폐지 무산은 분양시장을 다시 침체기로 내몰 것"이라며 "분양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사례가 생겨 정부가 처음 기대했던 주택공급 차질에 큰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