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농어민과의 대화'에서 윤일권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의 발언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강주영 기자] 정치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편한 선택은 하지 않는 것이다. 갈등을 피하고 비판을 비켜 가면 당장의 부담은 줄어든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치르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농어민들과의 대화에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을 둘러싼 갈등을 언급하며 “사실 편한 정치인의 선택은 안 해 버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제 임기 내 최종 타결이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 결국 비난만 받고 결과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항이 거센 정책일수록 정치인에게는 외면할 유인이 크다. 성과를 거두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정책이라면 더욱 그렇다. 임기 내 결실을 장담하기 어렵고, 추진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비판은 당장 눈앞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그렇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또 일부 비난, 비판이 있더라도 해 놔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개혁이라면 당장의 인기와 정치적 손익을 넘어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항이 없는 개혁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뚝심만으로 개혁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어떻게 나눌지 설명하는 일 역시 정부의 몫이다.
이재명정부가 이 원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켜 왔는지는 돌아볼 대목이 있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정부 정책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섰고,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반발은 지지율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급격한 등락을 거듭한 데 이어 최근에는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정책의 방향과 별개로 시장과 국민의 불안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정부의 역량을 가늠하는 잣대가 된 셈이다.
편한 선택은 귀를 닫는 선택이기도 하다. 반대가 거세다고 정책을 접는 것도, 정책의 필요성을 앞세워 반대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도 쉬운 길이다. 어려운 선택은 그 사이에 있다. 비판을 감수하되 비판의 이유를 살피고, 추진할 것은 추진하되 설득이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일이다.
이날 농어민들과 직접 대화에 나선 것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통령이 농어민들과 대화한 것은 8년 만의 일이다. 오는 28일 여당 중진 의원들과의 회동도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것은 결단만이 아니라 그 결단이 현실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소통이기 때문이다.
다음 달 3일에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세제개편안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정부 세제개편안과 미래대응기금 설치법 등을 다룰 예정이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조세 정책을 둘러싸고 여야의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로서는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보완할 기회이기도 하다.
공청회는 정부에 불편한 선택일지 모른다. 이미 정해진 정책을 설명하는 데 그칠 것인지, 반대 의견을 듣고 필요한 부분을 조정할 것인지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은 정책 추진의 걸림돌이 아니라 정책이 오래 지속되기 위한 조건이다.
정치인의 선택은 당장의 비난을 피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비난을 감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정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왜 필요한 정책인지 국민에게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며, 임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결과를 남기는 일이다.
편한 길을 버렸다는 평가는 출발점일 뿐이다. 그 길이 옳았다는 평가는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당장의 박수보다 먼 훗날의 평가를 택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다짐이 말에 그치지 않기를 기대한다.
강주영 기자 juyo964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