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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집 줬는데, 새집은?
입력 : 2026-10-26 오후 5:24:51
22일 서울시내 정비사업 철거 현장과 건설현장. (사진=박선영 기자)
 
어릴 적 놀이터에서 모래를 쌓아 두꺼비집을 만들며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고 노래했습니다. 손등에 모래를 덮었다가 조심스레 빼내면 작은 집이 남았습니다. 헌집을 내주면 새집을 얻는다는 노랫말은 어린 마음에 당연하게 들렸습니다.
 
현실의 재개발·재건축에서 헌집을 내주는 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오르고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처음 예상했던 공사비는 달라집니다. 추가 분담금에 이주기간의 주거비와 금융비용까지 겹치면 새 아파트가 완성돼도 정작 원주민이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공이 나선 사업에서도 이 문제를 피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볼 일입니다. 2021년 도입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올해 서울 방학역 지구에서 철거가 시작되고 쌍문역 동측에서도 주민 이주가 진행되면서 계획을 넘어 현실의 삶을 바꾸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공공이 노후 도심의 주택공급을 이끌고, 토지등소유자에게는 현물보상으로 새집을 받을 길을 마련한 사업입니다.
 
그런데 쌍문역 서측 주민들은 최근 이주비 대출이자와 임대수익 중단, 새로운 전·월세 비용을 함께 감당해야 한다며 대책을 요청했습니다. 도봉구가 전달한 LH 답변에서도 대출 한도와 금리 등 구체적인 금융조건은 추후 안내할 예정이고, 임대료 일부 지원 역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단계였습니다. 집을 비우는 시점은 다가오는데 그동안 얼마를 감당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걱정입니다.
 
공공사업이라고 모든 원주민의 재입주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생활을 택할 수 있고, 공공이 개인의 부담을 전부 대신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원해서 떠나는 것과 비용을 견디지 못해 돌아올 수 없는 것은 다릅니다. 특히 임대수익이 생활비의 중요한 부분인 고령 주민에게 몇 년간의 소득 공백은 삶의 기반을 흔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공공이 정비사업을 주도한다면 몇 채를 더 짓고 얼마나 빨리 착공했는지만 살필 일은 아닙니다. 이주를 앞둔 주민에게 예상 비용과 지원 조건을 충분히 알리고, 새집으로 돌아올 선택지를 지킬 방법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주택공급의 성과에는 새로 들어설 건물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삶도 담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노랫말처럼 헌집을 내주면 새집이 생길지 몰라도, 정작 그 집에 돌아갈 수 없다면 새집의 의미는 퇴색합니다. 공공이 짓는 집이라면 원래 살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건까지 함께 마련해야 합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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