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하겠다고 내세우는 것보다, 그 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와 지출을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금이 더 걷힌다고 해서 지출을 계속 늘릴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은 820조9000억원입니다. 올해보다 12.8% 늘어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정부는 반도체 경기 호조로 더 걷힌 세금을 활용해 미래대응기금을 만들 계획입니다.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재정이 꼭 필요한 곳에 쓰여 우리 경제의 성장 여력을 키운다면 규모가 커지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닙니다.
다만 이름에 '미래'가 들어갔다고 해서 모든 사업이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금 사업에는 농어촌 기본소득, 각종 수당처럼 국민에게 직접 돈을 주는 사업도 들어 있습니다.
문제는 한번 시작하면 줄이기 어려운 지출입니다. 반도체 경기가 나빠져 세금이 덜 걷히게 될 경우 기금 재원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이미 지급하기 시작한 수당이나 기본소득은 중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모자라는 돈을 국채를 찍어 메우면 그 빚은 결국 미래 세대가 갚게 됩니다.
정부가 미래를 내세워 돈을 쓰겠다면 그만큼 효과를 확인하는 일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국회도 기금 사업마다 효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언제까지 이어갈지를 정부에 물어야 합니다.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말이 검증을 건너뛸 면죄부가 될 순 없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2026년도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