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주택 공급 대책은 발표되는 순간이 아니라 실제 입주자가 열쇠를 받는 순간 평가받아야 합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은 착공식을 치르고도 사업 지연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가덕도신공항도 사업비와 시공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밋빛 청사진만으로 사업이 현실이 되지 않듯, 공급 목표를 내건다고 집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고 전월세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투기 수요는 관리해야 하지만, 실수요자가 들어갈 집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 억제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면 새 아파트 입주 시점도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급을 강조하면서 정작 공급의 통로를 좁히는 정책이 작동하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은 투기 억제라는 취지뿐 아니라 사업 추진과 자금 조달에 미치는 영향까지 따져야 합니다. 규제가 사업 지연과 공급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정책 목표와 결과가 엇갈리는 것입니다.
대출 규제도 실수요자에게 더 큰 장벽이 될 수 있습니다. 전세대출과 실거주 요건 등이 맞물리면 임차인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월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책이 주거비 부담을 다른 형태로 옮기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것만으로 무주택자의 주거 안정이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 경기의 부진도 공급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의 성과와 달리 건설업과 영세 사업자들은 공사비 상승과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공사비와 사업성이 악화하면 민간 주택 공급도 위축될 수 있습니다.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착공부터 준공까지 차질 없이 이어지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정부가 제시해야 할 것은 또 하나의 공급 목표가 아니라 공급이 막히는 원인에 대한 해법입니다. 사업 지연의 원인과 규제가 현장에 미치는 영향, 발표 물량 중 실제 입주로 이어질 규모를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착공식이나 공급 계획만으로 주거 불안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정책의 성패는 발표 자료가 아니라 실제 입주 물량과 국민이 감당하는 주거비에서 드러납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