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SK하이닉스 주가가 300만원에 육박하던 상반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말과 행동은 두루 화제였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기업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SK와 SK하이닉스가 어떤 인재를 뽑는지에 관심이 쏠렸다. 주가 상승이 그의 말에 무게를 더하는 것 같았다. 그가 강조하는 가치관과 방향을 따르면 개인이나 기업, 누구나 성공에 가까워질 것 같았다.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9일 오후 전남광주 서구 벽진동 주변 광주군공항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에서 부지를 살펴본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에는 온도가 조금 달라진 느낌이다. 코어위브 등 AI 기업의 자금조달과 대규모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주가도 흔들리고 있다. 금리 인상 우려로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자, 시장은 쏟아부은 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최 회장에 대한 관심도 주가가 오르던 때보다는 잦아든 것 같다.
최 회장의 발언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부터 16일에는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서 AI와 자본주의, 청년을 주제로 강연했다. AI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어 써보고, 졸업장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으라고 했다. 학교는 실험하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하며, 실패 이후 다시 도전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놓은 메시지는 대체로 한결같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피하기보다 직접 활용하고, 그 안에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찾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같은 말임에도 주가가 오를 때와 내릴 때 다르게 들린다. 상승장에서는 미래를 내다본 통찰로 받아들여졌지만, 하락장에서는 그 말이 언제 실적으로 이어질지부터 묻게 된다.
돌아보면 그의 말을 들으면서 주가도 함께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주가가 오르니 그가 그리는 미래도 더 믿음직해 보였다. SK와 SK하이닉스의 성과와 실적을 그의 말이 옳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주가가 내렸다고 회사가 달라진 것이 아니고 그의 메시지도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말이다. 관심이 조금 잦아든 지금, 그가 말하는 미래와 AI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대목이 눈에 들어올지도 모르겠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