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거래가 없거나 휴면 상태에 놓인 이른바 '잠자는 계좌'가 3억4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에 남아 있는 금융자산만 14조원을 웃돌아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환급 안내와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와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총 3억4191만개로 집계됐습니다. 2021년 말 2억6440만개와 비교하면 7751만개(29.3%) 증가한 규모입니다.
장기 미거래 계좌는 통상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의미합니다. 휴면금융자산 계좌에는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예·적금과 보험금 계좌, 별도 기준이 적용되는 휴면성 증권계좌 등이 포함됩니다.
잠자는 계좌가 늘어난 가운데 장기간 찾아가지 않은 금융자산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말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는 1억9503만개로, 4년 전보다 26.0% 증가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예·적금 계좌가 1억2483만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예수금 계좌는 6927만개, 보험금 계좌는 94만개로 집계됐습니다. 계좌에 남아 있는 자산을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지만 고객이 장기간 거래하거나 찾아가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은 셈입니다.
장기 미거래·미청구 금융자산 잔액은 총 14조1857억원에 달했습니다. 예·적금이 7조4342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보험금은 5조1895억원, 예수금은 1조562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장기 미거래 예·적금 잔액은 은행권에 집중됐습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5조6887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상호금융은 1조6671억원, 저축은행은 78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고객이 개설한 계좌를 잊거나 금융회사에 대한 별도의 청구 절차를 밟지 않으면서 자산이 장기간 방치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금융권의 환급 노력에도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금융권이 환급한 휴면금융자산은 5488억원으로, 관련 계좌는 약 830만개에 달했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 출연분은 제외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전년보다 약 512만개 늘었습니다. 금융회사가 기존 휴면자산을 환급하더라도 새로운 장기 미거래 계좌가 발생하면서 전체 계좌 수가 계속 증가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따라 일회성 환급 실적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 미거래 계좌가 발생하는 원인을 파악해 사전에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객이 계좌 보유 사실이나 잔액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금융회사의 안내 체계를 개선하고, 환급 절차도 보다 간편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박성훈 의원은 "환급 실적을 홍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 미거래 계좌가 계속 쌓이는 원인을 파악하고, 금융회사의 사전 안내와 환급 절차를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기 미거래·미청구 금융자산이 14조원을 넘어선 만큼 금융회사의 사전 안내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소비자가 자신의 금융자산을 보다 쉽게 확인하고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