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민속촌에서 귀신 분장을 한 배우가 아이를 겁주며 약속을 받아내는 이른바 '귀신 참교육'이 유행하고 있다. (이미지=챗GPT)
"말 안 들으면 귀신이 잡아간다."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들어봤 이 말이 요즘 실제 상황극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한국민속촌에서 귀신 분장을 한 배우들이 아이들을 겁주며 편식이나 떼쓰기 등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이른바 '귀신 참교육'이 화제인 건데요. 부모가 아이의 평소 행동을 귀신에게 이야기하면 귀신은 "말을 안 들으면 잡아가겠다"며 겁을 줍니다. 조금 전까지 웃던 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울먹이며 "네"라고 대답합니다.
효과를 봤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민속촌에 다녀온 뒤 편식을 하던 아이가 밥을 잘 먹기 시작했다거나 말을 잘 듣게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빠가 귀신에게 잡혀가는 상황이 연출되자 "아빠 안 돼"라며 울부짖는 아이의 모습에 감동받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상들을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아이가 말을 잘 듣게 된 이유가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이해해서가 아니라, 다시 귀신을 만날까 무서워서라면 어떨까요. 그건 교육보다 공포를 이용한 통제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물론 놀이공원의 공포 체험처럼 무서움을 하나의 경험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어른과, 부모 손에 이끌려 자신을 잡아가겠다는 귀신 앞에 선 어린아이는 같지 않습니다.
어른은 그것이 분장이고 연출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아이에게는 그 순간의 공포가 훨씬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그 체험을 원하는지, 자신의 우는 모습이 촬영되고 공개되는 데 동의하는지도 제대로 묻기 어렵습니다. 그 공포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참교육'이라는 제목을 붙여 쇼츠로 소비하는 사람은 모두 어른입니다. 아이에게는 무서워서 울었던 순간이 어른들에게는 하나의 재미있는 콘텐츠가 되는 겁니다.
"효과가 있었다"는 것도 마음에 걸립니다. 공포를 준 뒤 편식을 하지 않게 됐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훈육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이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이해한 것이 아니라 "이 행동을 하면 무서운 일이 생긴다"고 기억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귀신에게 잡혀가는 장면 역시 어른에게는 감동적인 가족애로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겐 자신이 잘못하면 사랑하는 부모가 정말 사라질 수도 있다는 공포로 남을 가능성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유니세프는 아이를 위협하거나 겁주는 행위를 정서적 폭력의 한 형태로 설명합니다. 국내 아동복지법 역시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민속촌 체험을 곧바로 학대라 단정할 순 없지만 '참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에게 경험시키는 것이 단순 '체험'으로만 그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훈육은 아이가 왜 하면 안 되는지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지, 하지 않으면 어떤 무서운 일이 벌어질지 몸으로 느끼게 하는 일은 아닙니다. 그 공포가 어른들의 웃음과 조회수를 위한 콘텐츠가 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불이 뜨겁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의 손을 불에 가져갈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