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당시의 기자는 어느 날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 방문했습니다. 학교에 너무 가기 싫은 나머지 인생 처음으로 '꾀병'을 부린 것인데요. 그런데 당시 의사는 "편도가 현재 많이 부어있는 상태"라며 항생제 주사와 먹는 약 3일 치를 처방해 줬습니다. 그러니까 기자는 너무 둔해서 스스로 아프다는 인지조차 없던 것입니다. 변명을 첨부해보자면, 결혼 전 8년 넘게 병원에서 근무하셨던 기자의 어머니께서 '이상 없다'고 못을 박으셨습니다. 이유는 '기자가 말도 많고 시끄러워서' 였습니다. 챗GPT에 교차 검증했다면 조금 더 빨리 병원에 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OpenAI는 지난 1월 개인의 의료기록과 건강관리 정보를 챗GPT에 연결해 건강 관련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챗GPT Health'를 출시했습니다. 챗GPT Health는 이용자가 의료기관의 의료기록과 Apple Health, MyFitnessPal 등 건강관리 앱을 연결하면 해당 정보를 반영해 건강 관련 질문에 답하는 서비스입니다. 건강정보를 단순히 저장하거나 조회하는 기존 건강정보 서비스와 달리 여러 출처의 의료기록과 생활습관 정보를 질문의 맥락에 맞춰 종합·해석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진단이나 치료 목적보다는, 이용자가 자신의 의료정보를 이해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챗GPT에게 건강 관련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챗GPT Health 자체 이용자 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서비스 출시 당시 전 세계에서 매주 챗GPT에게 건강 관련 질문을 하는 이용자는 2억3000만명 이상으로 집계됐습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는 3억명으로 증가했습니다. 7월23일부터는 이용자의 동의를 전제로 연결된 의료기록과 Apple Health 정보를 일반 챗GPT 대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건강정보를 반복해서 입력하거나 별도의 건강상담 화면으로 이동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며 이용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연구원은 이러한 서비스가 보험상품 가입 전 정보 탐색과 비교를 돕는 추가 채널로 발전할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챗GPT Health의 보험 선택 지원 기능과 기존 챗GPT의 보험 관련 활용 사례는 범용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험 가입 전 정보 탐색·비교를 돕는 추가 채널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챗GPT Health에서는 개인의 의료이용 경험을 바탕으로 보험상품 선택지의 장단점에 대한 설명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건강정보를 고려한 보험상품 선택을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미 세계에서는 보험 관련 정보 탐색 수요는 상당합니다. 미국에서는 보험상품 비교와 보험금 청구·진료비 청구서 처리, 의료비 확인 등 건강보험 관련 질문이 매주 150만~200만건 입력됐다는 분석도 올해 1월 나왔습니다. 다만 AI를 통한 건강정보 활용이 확대되면서 정확성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국제학술지 'Nature Medicine'에 게재된 Ramaswamy 외 연구진의 2026년 연구에 따르면 챗GPT Health는 임상 지침상 응급상황으로 분류된 사례 가운데 51.6%를 실제보다 낮은 긴급도로 분류했습니다. 연구진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활용하기에 앞서 실제 이용환경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후속 사전공개 연구에서는 최초 평가가 실제 대화처럼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보기 가운데 답을 선택하도록 했는데요. 연구진은 이로 인해 성능이 낮게 측정됐을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실제 대화와 가까운 조건에서는 긴급도 분류 정확도가 6.4%p 높아졌습니다.
건강정보 보호 범위도 쟁점입니다. 소비자용 챗GPT Health는 미국 의료정보보호법(HIPAA) 적용기관의 업무용으로 설계된 서비스가 아닙니다. HIPAA는 대부분의 의료기관 및 그 업무수탁자가 개인 건강정보를 처리할 때 정보의 이용·공개 제한, 안전 조치, 정보주체의 열람·정정권 등을 규정한 미국 연방법입니다. 법에 따라 이용자가 직접 연결하거나 입력한 건강정보에는 HIPAA상 보호체계가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아무튼 건강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늘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변화입니다. 다만 기자처럼 정작 자신이 아픈 줄조차 모르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아무리 날고 기는 똑똑한 AI라도 묻지 않은 증상을 찾고, 보험금까지 척척 챙겨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내 몸의 이상을 살피고 필요한 일을 행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AI가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그 출발점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다들 환절기 건강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14일 기자가 직접 챗GPT를 통해 건강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챗GPT 캡쳐)
장선영 기자 line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