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읽음과 이해 사이
입력 : 2026-10-14 오전 10:24:25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디스클로저 데이>를 보고 마지막 장면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영화는 외계 존재가 인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순간, 그 내용을 들려주지 않은 채 한 단어로 끝납니다.
 
"Listen."
 
두 시간이 넘도록 거대한 비밀을 따라왔는데 정작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려주지 않아 처음엔 허무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영화의 메시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외계 생명체가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인간이 자신과 다른 존재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겁니다.
 
(이미지=챗GPT)
 
요즘 우리의 대화 방식에도 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는데요. 전화 대신 카톡을, 긴 설명 대신 이모티콘을 붙입니다. 심지어는 문장 대신 밈 하나를 보내는 일도 흔합니다. 소통은 분명 빨라지고 간편해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된 걸까요.
 
메신저에는 목소리도 표정도 없습니다. 그래서 'ㅋㅋㅋ'와 'ㅎㅎㅎ'의 미묘한 차이를 해석하고, 평소 쓰던 이모티콘이 없으면 기분이 상했나 고민합니다. 답장이 늦으면 그 이유까지 추측합니다.
 
저 역시 최근 친구와 나눈 카톡이 오해로 번져 다툼의 불씨가 된 적이 있습니다. 직접 만나 이야기해보니 문제는 결국 상대가 한 말보다, 말하지 않은 부분을 각자의 방식대로 채워 넣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보내는 사람은 말을 압축하고, 받는 사람은 사라진 맥락을 추측합니다. 밈 하나만 보내도 통하는 사이 같지만, 사실은 서로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을 거라고 믿는 것에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은 어느 때보다 발전했는데, 정작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마지막 한마디가 더 의미심장하게 들렸습니다.
 
"Listen."
 
사전은 '듣다(hear)'와 '귀 기울여 듣다(listen)'를 구분합니다. 소리가 귀에 닿는 것과 그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을 구분하는 건데요. 영화가 남긴 단어도 'Hear'가 아니라 'Listen'이었습니다.
 
메신저에는 상대가 내 말을 '읽었는지'는 표시되지만 서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내 해석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맥락까지 듣는 일 아닐까요.
전연주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