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잘못을 파헤쳐야 할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들이 '쇼츠 각' 잡기에 열중하는 모습입니다. 상대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은 장면은 곧장 짧은 영상으로 편집돼 유튜브에 올라옵니다. 정책의 허점을 얼마나 날카롭게 짚었는지보다 누가 더 통쾌하게 상대를 제압했는지가 관심을 끕니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정작 조회수를 높이는 데 더 공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위원장과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이 설전을 벌였습니다. 서 위원장이 "유튜브 찍으려고 이러는 거예요"라고 묻자 김 의원은 "유튜브는 위원장이 잘 찍으시잖아요"라고 맞받았습니다. 이후 두 의원은 각각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쇼츠를 올렸습니다. 서로의 유튜브 촬영을 문제 삼았지만 정작 영상 제작에서는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 셈입니다.
이쯤 되면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능력도 달라진 듯합니다. 법안을 만들고 정책을 검증하는 능력에 더해 수십 초 안에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능력까지 갖춰야 할 판입니다. 상대 의원을 몰아붙이고 목소리를 높이면 영상 한 편이 완성됩니다. 자극적인 제목까지 붙으면 조회수는 덤입니다. 국정감사장에서 어떤 질문을 던질지보다 어떤 장면을 남길지가 중요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반복될수록 국정감사의 본래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복잡한 정책 자료를 분석하고 정부의 잘못을 밝혀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면 상대방에게 호통을 치는 데는 몇 초면 충분합니다. 국정감사를 잘한 의원보다 쇼츠를 잘 만든 의원이 더 주목받는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특히 금융·자본시장 분야에서는 이런 보여주기식 질의의 한계가 더욱 뚜렷합니다. 불공정거래로 투자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당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통을 친다고 투자자의 돈이 돌아오지는 않습니다. 감독 체계의 어느 부분이 잘못됐고, 누가 책임져야 하며, 무엇을 바꿀 것인지 끝까지 따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금융당국 수장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과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물론 국회의원이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습니다. 긴 국정감사를 지켜보기 어려운 국민에게 의정활동을 쉽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정감사를 충실히 수행한 결과로 쇼츠가 만들어지는 것과 쇼츠에 담을 장면을 의식해 국정감사에 임하는 것은 다릅니다. 조회수가 높다고 좋은 질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국정감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국민이 궁금한 것은 쇼츠 조회수가 아니라 무엇을 밝혀내고 바로잡았느냐는 것입니다. '쇼츠 각'을 잡느라 정작 '국감의 본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서영교 법사위 위원장과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대법원 등)가 정회된 후 언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