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부동산 정책의 성패는 정부의 의지가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현실로 판가름 납니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선언에도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이 커지고 전월세 시장마저 불안해진다면 성공한 정책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의도와 결과가 어긋났다면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은 시장이 아니라 정책을 설계한 정부의 판단입니다.
최근 서울 주택시장은 정부의 기대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남권 아파트값이 주춤하는 사이 성북·서대문·강서 등 비강남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집니다. 고가 주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모습입니다. 한쪽을 누르자 다른 쪽이 들썩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강남의 가격 하락만을 시장 정상화의 신호로 해석한다면 중요한 문제를 놓칠 수 있습니다. 고가 주택의 가격이 내려가는 것과 서민이 감당할 수 있는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별개입니다. 수십억원짜리 아파트가 하락하더라도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의 집값이 더 빠르게 오른다면 주거 부담은 오히려 커집니다. 정부가 바라봐야 할 것은 특정 지역의 등락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여건 전반입니다.
규제의 부작용은 매매시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거래 제한과 실거주 의무가 주택 이동을 어렵게 만들면 매물은 줄고 임대차시장에도 부담이 전가될 수 있습니다. 수요는 규제만으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갈 곳을 잃은 수요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뿐입니다. 시장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 당초 의도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는 이유입니다.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주거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입니다. 그러나 실수요자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지 못한 채 규제를 강화하면 무주택자와 실거주 목적의 1주택자까지 피해를 봅니다. 공급 확대 역시 발표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지고, 수요가 집중된 곳에 필요한 주택이 공급돼야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정부가 경계해야 할 것은 집값 상승만이 아니라 시장을 바라보는 안이한 낙관론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투기 탓으로 돌리고 일부 지역이 내리면 정책 성과로 내세운다면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정책에 대한 신뢰는 성과를 홍보하는 데서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데서 나옵니다.
부동산시장은 정치적 의지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금리와 소득, 공급 여건과 기대심리가 복잡하게 맞물려 가격을 결정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시장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부작용을 줄이는 데 있습니다. 정책을 고집하는 것보다 현실에 맞게 방향을 바꾸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승리가 아닙니다.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집값, 그리고 예측 가능한 주거의 미래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