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하면 사람 모양을 떠올린다. 두 팔과 두 다리, 얼굴까지 달린 휴머노이드다. 요즘 기업들이 앞다퉈 휴머노이드를 내놓는 것도 이런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터에 정말 필요한 로봇이 사람 모양이어야 하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국토교통기술대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자동차 부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4족 보행로봇 '스팟',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등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스팟’은 네 발로 걷는다. 공장이나 발전소처럼 사람이 들어가기 위험한 곳을 돌며 이상 징후를 살핀다. 계단과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잘 넘어지지 않는다. 다리가 두 개보다 네 개일 때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치’는 더 단순하다. 바퀴로 움직이고 팔 하나로 상자를 내린다. 물류창고에서 가장 힘들고 반복되는 일을 맡는다. 사람처럼 생기지 않았지만 이미 현장에서 제 몫을 하고 있다. 현대차의 ‘모베드’도 마찬가지다. 바퀴 네 개가 따로 움직여 경사진 길이나 좁은 곳도 자유롭게 다닌다. 위에 무엇을 얹느냐에 따라 운반, 촬영 등 쓰임이 달라진다.
이 로봇들의 공통점은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한다는 점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짐을 옮기려면 바퀴가 낫고, 험한 길을 가려면 네 발이 낫다. 모양은 일에 맞춰 정해진 결과다. 반대로 휴머노이드는 사람 모양이 먼저이고, 쓸 곳은 나중에 찾는 경우가 많다.
물론 휴머노이드에도 장점은 있다. 세상은 사람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문고리, 계단, 공구, 의자가 모두 사람 몸 기준이다. 사람 모양 로봇이면 공간을 뜯어고치지 않고 그대로 투입할 수 있는 점은 분명 강점이다.
그러나 비용과 안정성이 걸림돌이다. 관절이 많을수록 비싸고 고장도 잦고, 두 다리로 서서 일하려면 전기도 많이 든다. 아직은 같은 일을 바퀴 달린 로봇이 더 싸고 빠르게 해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건 얼마나 사람 같으냐가 아니라 얼마나 쓸모 있느냐다. 휴머노이드는 사람 모양이 꼭 필요한 일에 쓰고, 나머지는 일에 맞는 모양을 찾는 게 현명하다. 기업들이 ‘사람 닮기’ 경쟁에 빠지기보다 현장에서 먼저 성과를 내는 로봇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