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바야흐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위고비, 마운자로에 이어 에페까지 삼파전의 경쟁 구도로 변화할 것 같습니다.
위고비·마운자로가 비만치료제 시장을 좌지우지한 지 몇 년. 이제야 국산 대항마가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합니다. 의료소비자가 의약품을 선택의 기준은 크게 가격과 효능입니다.
비만치료제는 한 달치로 구성돼 최소 6개월, 길게는 수년간 투약하게 됩니다. 긴 시간 동안 사용하는데다 전액 비급여이니 환자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한미약품이 출시도 전에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약가를 내놓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는 것 같습니다.
위고비·마운자로가 비만치료제 시장을 좌지우지한 지 몇 년. 한미약품의 에페가 대항마가 출시될 예정이다. (사진=한미약품 홈페이지)
산업적인 측면에서 외산 의약품이 주도하는 시장에 우리 제품이 출사표를 던진 것은 뿌듯합니다. 관심이 높은 비만 치료에 대해 국내를 찍고 해외로 에페가 K-제약바이오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이만한 국위선양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선택지가 넓어지니 걱정도 늘어납니다. 오남용 우려는 비만치료제 꼬리표입니다. 이미 심각한 지경입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첫 국내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임산부에게 325건이나 처방됐습니다. 이 기간에 만 13세 미만 소아에게 이뤄진 마운자로 처방도 100건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쉬운’ 처방 행태는 지양될 필요가 있습니다. 비만치료제는 의사 처방전이 있어야만 수령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입니다. 하다못해 치과에서도 처방이 이뤄지는 지경이니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한미약품이 에페의 오남용 방지책을 조기 마련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합니다. 가격 경쟁력은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의미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오남용과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