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장벽을 잇달아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산 승용차에 8%의 관세를 적용하는 데 그쳐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용산구 전기차 브랜드 BYD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전시된 차량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는 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수준인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영국도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기존 10%의 일반 관세에 더해 제조사별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 등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자 역내 완성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15년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승용차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되메 따라 기존 관세율인 8%를 중국산 승용차에 부과하고 있다. 중국이 한국차에 매기는 15% 관세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침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7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9.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산 전기차 판매량은 148.9% 늘어 시장 전체 성장률을 웃돌았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1%에서 올해 1~7월 35.3%까지 확대됐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에 더해 배터리와 충전 성능, 주행보조시스템 등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야디(BYD)에 이어 지커, 샤오펑 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국내 진출도 이어지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내수시장까지 잠식당하면 판매와 수익성 모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 부진은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의 생산 물량과 고용, 미래차 분야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관세 인상이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을 보장하는 해법은 아니다. 다만 주요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상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기존 관세율을 유지하는 것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 여건에 부합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주요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의 시장 잠식이 빨라지는 만큼 관세 대응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국내 기업의 점유율을 지킬 수 있도록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