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해킹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흔히 핵심 금융거래 시스템이 뚫리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최근 금융권을 휩쓴 해킹은 조금 달랐습니다. 해커들이 집중적으로 노린 곳은 은행의 '정문'이 아니었습니다. 대출모집인이나 직원들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옆문'이었습니다.
최근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에서 정보유출 피해가 확인됐는데요. 신한은행에서는 대출상담사가 이용하는 대출 진행현황 조회 서비스 등이 공격받았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이 사용하는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이 공격 대상이 됐고, 하나은행과 부산은행 역시 영업지원 시스템에서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현대캐피탈에서는 주택대출 모집인이 사용하는 조회 페이지가 뚫렸습니다.
해커는 이런 업무용 시스템에서 허점을 찾아 고객명과 전화번호, 연계정보(CI), 연소득, 대출 산출 한도 등을 탈취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인터넷전문은행입니다. 금융당국이 이번 공격에 사용된 인터넷주소(IP)를 금융회사들에 공유해 점검하도록 했는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에서도 같은 IP가 들어온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케이뱅크에는 지난 7월부터 네 차례 접속했습니다. 카카오뱅크에는 연초부터 시스템 주변을 살펴보는 수준의 접근이 있었고 토스뱅크도 비정상적인 접근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인뱅 3사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등의 피해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공격자가 본격적으로 시스템 내부에 침투하기 전 단계에서 멈춘 겁니다. 인터넷은행은 애초에 비대면 영업을 전제로 만들어졌습니다. 대출 신청부터 심사, 실행까지 상당 부분이 앱 안에서 이뤄집니다.
보안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지만, 기존 은행처럼 대출모집인이나 직원의 대면 영업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외부 업무시스템을 운영해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이번 공격에선 이런 시스템들이 집중적으로 노려졌습니다. 금융권에선 헤커들의 접근 방식이 교묘해지고 있는 만큼, 향후 다른 공격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회사가 아무리 핵심 뱅킹 시스템을 단단하게 막아놓더라도 고객정보와 연결된 주변 시스템에 틈이 있다면 공격자는 그곳을 찾아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냅니다. 고객 편의와 영업 효율을 위해 만들어 놓은 통로가 많을수록 점검해야 할 곳도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금융권 해킹에서 해커들은 상대적으로 열기 쉬운 문을 찾아 돌아갔습니다. 은행 보안의 숙제도 이제는 정문을 얼마나 두껍게 만드느냐보다 숨어 있는 옆문까지 얼마나 찾아내 잠그느냐에 가까워졌는지도 모릅니다.
카카오뱅크.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