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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늦게 TV를 켰다면
입력 : 2026-10-01 오후 1:32:16
보고 싶었던 드라마가 밤 10시에 시작합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 TV를 켜니 10시15분입니다. 예전이라면 선택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이미 시작한 드라마를 중간부터 보거나, 재방송 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TV를 켰다가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넘어가 처음부터 다시 보면 됩니다. 굳이 15분을 놓친 채 이야기를 따라갈 이유가 없습니다. 방송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입니다.
 
IPTV 이용 화면.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현장에서 만난 조영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연구소 C&X 대표는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는 이유를 콘텐츠에서만 찾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SK브로드밴드 전략담당 실장을 지낸 조 대표가 주목한 건 콘텐츠가 아니라 '보는 방식'의 변화였습니다.
 
TV에서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는 상위권에 오릅니다. 콘텐츠가 재미없어서 보지 않는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결국 달라진 건 콘텐츠보다 보는 방법에 가깝습니다. OTT에서는 원하는 시간에 처음부터 볼 수 있고, 보다가 멈춰도 다른 기기에서 이어볼 수 있습니다. 가족이 각자의 기기로 서로 다른 콘텐츠를 보는 것도 익숙해졌습니다. 반면 유료방송은 여전히 정해진 시간에 채널을 틀어 보는 실시간 방송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이 유료방송을 아예 떠난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내 유료방송 가입률은 97.5%에 달합니다. IPTV·케이블TV·위성방송에 가입해 매달 돈을 내면서도 TV 화면으로 OTT를 이용하는 사람은 늘고 있습니다. 조 대표가 이를 유사 코드커팅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유료방송의 경쟁 상대는 넷플릭스의 콘텐츠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10시 드라마를 10시15분에도 처음부터 볼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함,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 순간에 볼 수 있다는 익숙함과 경쟁하고 있는 셈입니다.
 
TV를 켜지 않는 게 아닙니다. TV를 켜서 방송을 보지 않는 겁니다. 비슷해 보이는 두 문장 사이에 지금 유료방송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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