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등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이 바뀌면 현장도 달라져야 합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지금의 풍경은 조금 다릅니다. 새로운 기준이 생겼지만, 정작 노사가 부딪히는 지점에서는 경계가 또렷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노동쟁의 대상에 관한 시행지침까지 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경영상 판단과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을 나누고, 쟁의 대상에서 빠지는 영역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지침만으로 모든 상황을 가를 수는 없습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법 조항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일부 인정된 뒤로 질문은 더 늘었습니다. 안전보건처럼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 영역에서 교섭을 시작했는데, 요구안에 채용과 임금체불 책임, 퇴직공제부금, 노조 사무실 제공까지 담기는 일이 실제 건설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교섭이 결렬되고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그 쟁의의 정당성은 어디에서 판단해야 할까요.
성과급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업이익에 일정 비율을 연동하는 방식은 쟁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도, 정액이나 정률로 바꾼 요구를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기업은 노조의 요구에 응할지뿐 아니라, 그 결정이 강화된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와 맞물려 배임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따져야 합니다.
법원의 판단도 아직 쌓여 가는 중입니다. 같은 법원에서 교섭 관련 처분의 집행정지 여부가 엇갈린 사례는 현장의 불확실성이 노사 간 해석 차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노란봉투법의 안착은 법의 취지만큼 경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긋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원청이 어디까지 사용자로서 책임져야 하는지, 하청노조는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 교섭이 결렬됐을 때 어느 수준까지 쟁의가 가능한지 기준이 선명해야 합니다.
행정지침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원청 사용자성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개정안이 이미 여러 건 발의된 만큼, 이제는 국회가 답할 차례입니다. 노사 어느 한쪽의 이해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 예측 가능한 규칙을 만드는 것, 그것이 노란봉투법의 다음 과제일 것입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