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점프샵 팝업 매장 전경(사진=신세계백화점)
최근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백화점 업계나 K-뷰티·패션 플랫폼 기업들이 올 하반기 성수기를 노리고 펼치는 마케팅에는 이전과 다른 경향성이 있다.
매장인지 전시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오프라인 공간에서 그야말로 물건 대신 경험을 판다는 말을 화려한 조형물과 캐릭터, 인테리어로 구현하고 있다. 성수나 홍대 같은 이른바 MZ세대나 외국인들에게 핫플로 알려진 곳이나 강남, 명동, 여의도 등 주요 백화점 점포에서 어렵지 않게 눈길을 잡아끄는 팝업스토어가 시즌별로 다양한 컨셉으로 열리고 있다.
올해 여름 롯데백화점이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선보인 ‘톰과 제리 한옥 대소동’ 팝업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캐릭터를 한옥이라는 한국적 공간에 결합하고, 한복을 입은 캐릭터 상품과 한정판 굿즈 등을 선보였다. 단순히 캐릭터 상품을 진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세계관’을 공간에 구현한 셈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미디어아트와 체험형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곤충·파충류 체험전부터 게임 IP와 장인을 결합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까지 팝업의 범위를 넓혔다. 신세계백화점도 패션과 뷰티뿐만 아니라 F&B와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비싼 임대료와 관리비용을 들여 왜 이렇게까지 팝업에 공을 들이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집객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매출로 연결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가 굳이 백화점을 찾아야 할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소비 정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누릴 수 없는 체험이다. 팝업은 그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해 고객에게 소비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실제로 팝업을 찾는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만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콘텐츠를 경험하고, 한정판 상품을 구경하고, SNS에 공유한다. 구매하지 않더라도 일단 사람을 매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팝업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진행한 팝업 가운데 40% 이상이 게임·애니메이션 등 IP 콘텐츠 행사였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가운데 팝업을 찾은 10~20대 고객의 상당수가 현대백화점을 처음 이용한 신규 고객이었다는 조사도 나왔다. 팝업 하나가 단순한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신규 고객 유입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팝업의 소재도 갈수록 엉뚱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마니아층을 겨냥한 기상천외한 팝업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센트럴 1층에서 일본 만화 잡지 ‘주간 소년 점프’의 슈에이사 공식 라이선스 매장 ‘점프샵’ 팝업 단독 운영을 꼽을 수 있다. 원피스, 사카모토데이즈, 카구라바치, 마남이치 등 20여개 작품의 원작 일러스트를 활용한 굿즈와 국내에서 보기 드문 2026년 신상품을 선보인다는 소식에 100% 현장예약제로 운영되는 추석 연휴에도 팝업 매장 앞에는 끝없는 대기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소비가 위축되고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불황일수록 유통업계는 더 화려하고 더 엉뚱한 아이템이 인기를 얻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소비 침체가 오프라인의 발상을 바꿔놓은 셈이다.결국 불황을 호황으로 바꾸는 것은 한 끗에 발상의 전환인지도 모른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