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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추석 풍경
입력 : 2026-09-27 오전 11:57:56
(사진=뉴시스)
 
추석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둥근 보름달 아래 가족들이 모여 송편을 빚고, 차례상을 차리고, 어른께 절을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추석의 모습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신라의 가배에서 추석의 기원을 찾으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한 달 동안 길쌈을 겨룬 뒤 음식을 마련하고 술을 나누며 노래와 춤을 즐겼다. 오늘날의 추석보다 축제에 가까운 모습이다. 이후 유교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조상을 기리는 제례가 명절의 중요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명절의 모습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 셈이다.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시대마다 달랐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추석이면 보름달을 바라보며 가족과 고향을 떠올렸다고 한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같은 달을 바라본다는 것이 명절이 주는 특별한 의미였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는 추석을 앞두고 사람들은 장을 보고, 선물을 준비하고, 고향으로 향한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명절을 보내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가족과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는 혼자 집에서 쉬며, 누군가는 명절에도 일을 한다.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고 생활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명절을 보내는 방법도 자연스럽게 달라지고 있다.
 
그런데 명절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을 두고 전통이 사라진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신라 사람들이 음식을 나누고 노래와 춤을 즐겼던 것처럼, 조선시대 사람들이 제례를 통해 가족과 조상을 기억했던 것처럼, 명절에는 시대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담겼다. 형식은 달라져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한 해의 결실을 함께 나누는 마음은 이어져 왔다.
 
그래서 지금의 추석에 필요한 것은 과거의 풍경을 그대로 되살리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예전과 똑같은 음식을 차리고, 예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모이는 것만이 전통을 지키는 방법은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면 그 시대에 맞는 명절의 모습도 생겨날 수 있다.
 
추석의 풍경은 계속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고향으로 가고 누군가는 여행을 떠나며, 누군가는 가족 대신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으로 보내느냐보다 그 시간을 통해 무엇을 나누느냐일 것이다.
 
천 년 전 사람들이 보름달 아래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면, 오늘의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한다. 어쩌면 달라지는 것은 추석이 아니라, 추석을 통해 우리가 서로를 만나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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