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다시 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한 차례 총파업을 벌였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오는 30일 다시 거리로 나섭니다. 한 해 두 차례 총파업에 나서는 것 자체가 이례적입니다. 첫 파업 이후에도 주 4.5일제와 임금 인상,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 등 굵직한 현안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한 탓입니다.
특히 분위기를 달군 건 '지방이전'입니다.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는 지방이전이 직원들의 근무지와 가족의 삶을 바꾸는 문제인 만큼 당사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1차 총파업에서도 지방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국책은행 조합원들의 참여가 두드러졌습니다.
파업이 끝났다고 갈등도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금융노조는 지난 8일부터 은행회관 앞에 천막을 치고 철야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각 지부에서는 1인 시위를 이어갔고, 지난 18일 열린 결의대회에서는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이 삭발까지 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지방이전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올해 4월부터 이어진 산별교섭도 장기전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실질임금 인상, 청년 채용 확대,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임금만 놓고 봐도 노조는 6%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용자 측은 2.5% 인상안을 제시해 간극이 큽니다.
주 4.5일제 역시 쉽게 풀릴 사안은 아닙니다. 노조는 노동시간 단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은행권에서는 영업시간과 고객 불편, 인력 운용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여기에 지방이전은 노사 교섭만으로 결론 내리기 어려운 정부 정책 영역입니다. 타협하기 어려운 문제가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셈입니다.
은행 이용자 입장에서는 '또 파업하면 은행 업무가 멈추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생길 수 있습니다. 지난 1차 총파업 당시에는 시중은행 조합원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영업점 업무에 미친 영향도 크지 않았습니다. 다만 2차 총파업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참여 규모가 커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지방이전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참여 강도가 높아질지가 변수입니다.
아직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노사가 추석 전후로 추가 교섭을 이어갈 예정인 만큼 막판에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에 더해 노사 교섭만으로 풀기 어려운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까지 얽혀 있어 단기간에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해 오는 30일 2차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권 노사 갈등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정부의 금융 공공기관 지방이전 논의가 구체화할수록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갈등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진희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