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평행선은 아무리 길게 늘여도 만나지 못합니다. 지금 메가특구 노동특례를 둘러싼 노사 간 입장도 그와 비슷해 보입니다.
정부는 메가특구 특별법을 이달 내 발의할 방침입니다. 특별법에는 메가특구 해당 지역에 한해 주 52시간제 예외를 두고,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도 현행 2년에서 2년 더 연장하는 이른바 '기간제 2+2' 등의 노동특례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권 후퇴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지난 15일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습니다. 다만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만으로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경영계가 노동특례를 요구하는 이유도 분명합니다.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혀오는 상황에서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는 현 시점에 경제 활력을 높이고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경영계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노동계의 우려 역시 뚜렷합니다. 주52시간제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데다, 현행 제도에서도 연구·개발 등 업무 특성에 따라 일정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이 평행선을 사회적 대화만으로 좁힐 수 있을까요.
이병훈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연구직의 경우 시간을 정해서 업무를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연구 결과가 오후 7시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오후 6시에 퇴근한다면 결과를 확인하지 못한 채 업무를 중단해야 하고, 후속 연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이 24시간 연구·생산 체계를 가동하는 상황이라면 기술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도체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인 현 시점에서 귀담아들을 대목입니다. 다만 이 교수도 "연구직이라고 다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핵심은 굉장히 소수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메가특구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노동특례를 일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적용 대상을 얼마나 좁고 구체적으로 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일 수 있습니다. 근로소득 상위 3%나 7%처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실제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특성과 필요 인력을 따져 소수의 핵심 인력에 한해, 프로젝트 기간 등 일정한 범위 안에서 예외를 두는 방식입니다.
노사 모두 각자의 원칙만 주장하는 평행선에서 벗어나려면 이제는 각도를 조금씩 좁힐 필요가 있습니다. 당장은 만나지 못하더라도 간격을 좁히며 논의를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서로 다른 선이 한 지점에서 만나 ‘해법’에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