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오래 근무한 직원에게 해외로 특별연수를 보내주는 제도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연수를 떠나는 이들을 부러워했는데 이번에는 제 차례가 됐습니다. 짐을 꾸리려다 문득 그동안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긴 시간을 쌓아왔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생겼습니다.
(이미지=챗GPT)
요즘은 10년 이상 한 회사에 몸담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대단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그만큼 10년 근속이 흔치 않은 일이 돼버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년 이상 근속했다는 사람을 만나면 놀랍다는 말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장기 근속자가 많은 회사를 볼 때면 저도 모르게 그 기업에 대한 호감이 올라갑니다. 그만큼의 시간을 버텨낸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풍경이 이렇게 바뀐 배경에는 잦아진 이직과 퇴사가 있습니다. 신입급으로 내려갈수록 재직 기간이 짧아지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연봉 인상률, 좀처럼 손이 닿지 않는 집값까지 겹치면서 계산이 복잡해졌습니다. 한자리에 머물러서는 벌어지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서 몸값을 올리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직을 택하는 분위기가 굳어졌습니다. 그렇게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연봉 차이가 한없이 벌어진다는 위기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만난 한 브랜드 매니저가 들려준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 브랜드에 입사해 10여 년째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지나온 시간이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신입 시절 사수에게 하나하나 배웠고, 새로 문을 연 매장에서는 가장 어린 나이에 매니저 자리에 올랐다고도 했습니다.
브랜드가 지닌 철학에 깊이 공감한 나머지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를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고 합니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애정이 한층 더 깊어졌다고 했습니다. 이 브랜드는 기존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규 고객까지 꾸준히 늘면서 매출은 전년 대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브랜드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던 그의 눈빛은 유독 초롱초롱했습니다. 기억에 강하게 남을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몸담은 회사를 이토록 사랑하고 아껴 마지않기가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잦은 이직 자체를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람이 쉽게 오고 가는 자리에서는 채용과 교육에 들인 시간과 비용이 금세 흩어지고 오랜 시간이 쌓여야 만들어지는 숙련도 역시 자리 잡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기업에도, 넓게 보면 사회 전체에도 고스란히 손실로 돌아갑니다. 한 사람이 한 곳에서 오래 머무는 모습이 이제는 특별한 사례로 소개되는 지금, 우리는 잘 흘러가고 있는 걸까요. 무엇이 최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