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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구언 교서
입력 : 2026-09-15 오후 6:22:29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기자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8일 취임 후 다섯 번째 기자회견을 갖습니다. 지지율이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꺼내든 반전용 회견입니다. 30일과 100일, 신년과 1주년이라는 명분이 있었던 앞선 회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취임 30일 회견은 '가장 이른 시기'라는 타이틀의 신선함이 있었고, 100일과 신년 기자회견에도 '잦은 소통'이라는 강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임 471일째인 날 예정된 회견에는 어떠한 감동도 명분도 없습니다.
 
기자회견을 몇 번 했느냐가 대통령의 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내용'입니다. 진정한 소통의 의미는 횟수가 아니라 '진심'에서 출발합니다. 냉철한 진단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진심이, 구체적 해법이 나와야 합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세종은 즉위 1년인 1419년 6월 가뭄에 들자 신하들에게 "내 잘못을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가뭄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를 넘어 자신의 정치에 잘못된 점이 무엇이냐 물은 겁니다.
 
왕이 내리는 구언 교서의 목적은 재변을 없애고 정치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직언의 길을 여는 것입니다. 왕에게 듣기 좋은 말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국정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신하들에게 말할 기회를 준 것입니다. 이때 왕은 쓸 만한 말에는 상을 주고, 적당하지 않은 말이더라도 죄를 더하진 않았습니다. 
 
세종은 자연재해에도 구언 교서를 내렸습니다. 세종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피하지 않았고, 비판을 통해 정치를 바로잡았습니다. 현대식으로 해석하면 대통령은 위기의 상황에서 정부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직접 들어야 합니다. 
 
듣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명확한 의미 전달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형식을 뜯어고쳐야 합니다.
 
지금까지의 기자회견은 기자가 한 번 물으면 대통령이 장시간 답변을 하고 다른 기자가 또 다른 질문을 하게 됩니다. 기자가 물은 취지에 대통령이 답하지 않고 넘어가도 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시간은 제한이 있고, 질문의 기회는 모두에게 돌아가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형식의 전환이 필요한 겁니다. 기자의 물음에 대통령은 핵심만 말하고, 답변이 충분한 지 한번 더 기회를 줘야 합니다. 
 
또 대통령은 그간 사용한 언어 대신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고, 잘못에 대한 반성과 시정의 방향성을 명확히 언급해야 합니다. 세종은 자연재해에도 자신의 잘못을 살폈습니다. 다른 언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명확한 문제 인식과 해법을 내놓아야 합니다. 자신을 방어하는 말보다는 국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이번 기자회견이 지지율 반등을 위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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