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 돌입하면서 이른바 ‘청문회 슈퍼위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도 전에 민주당의 인사 검증 기준이 후보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당 출신 후보자에게는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입니다.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결국 자진 사퇴했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을 직접 해소하겠다던 입장을 고수했지만 민주당의 '결단 요구'에 무대에서 내려오길 선택했습니다. 임명 반대 여론이 70%를 넘어서자 민주당 지도부가 국민적 공감대와 정서를 이유로 용 후보자에게 결단을 압박한 것입니다.
문제는 정작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가 정반대라는 점입니다. 김 후보자는 브로커 양모씨의 부탁을 받고 식약처에 특정 제약기업의 임상시험 승인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사적 대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반대 여론이 과반을 기록했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며 후보자를 감싸고 있습니다.
야당이 요구한 48명의 증인과 참고인 채택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의혹을 따져볼 수 있는 기회부터 줄어든 셈입니다. 용 후보자에게는 국민 눈높이를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던 민주당이 김 후보자에게는 검증의 문턱을 낮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를 살리거나 떨어뜨리기 위한 정치적 절차가 아닙니다. 여야를 떠나 후보자의 자질과 의혹을 따져 국민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자리입니다. 민주당은 용 후보자에게 요구했던 기준을 김 후보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해야 합니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인사 검증의 출발점이어야 합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후보자가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