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84회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26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길을 걷다 보면 카페가 없는 골목을 찾기가 더 어렵다. 같은 건물에 카페가 두세 곳씩 들어서 있고, 한 블록을 지나면 또 다른 프랜차이즈 간판이 보인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보다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한국의 프랜차이즈 시장 규모를 보자.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가맹 브랜드는 1만2377개, 가맹점은 36만5014개에 달한다. 가맹본부만 8802개다. 브랜드 수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이미 시장에 쌓인 브랜드와 매장은 그 자체로 거대한 숫자다.
직장을 그만둔 뒤, 은퇴한 뒤, 혹은 새로운 일을 찾는 과정에서 누구나 한 번쯤 프랜차이즈 창업을 떠올린다. 특히 카페는 진입장벽이 낮아 보인다. 정해진 메뉴와 운영 방식, 그리고 익숙한 브랜드가 이름까지 빌려준다. 본사가 상권과 인테리어, 물류, 마케팅을 지원한다고 설명하면 혼자 가게를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해 보인다.
문제는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늘이다. 창업을 결심한 사람이 공정위의 정보공개서를 열어보면 수많은 숫자가 나온다. 가맹점 수, 평균 매출액, 영업기간, 폐점 수, 가맹금, 교육비, 인테리어 비용, 광고비 등 정보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정보가 있다는 것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가령 어떤 브랜드의 평균 매출액이 높다고 해서 그 가맹점주가 많이 번다는 뜻은 아니다. 매출에서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 각종 수수료를 빼야 실제 손에 남는 돈을 알 수 있다. 가맹점 수가 빠르게 늘었다고 해서 기존 점주들의 장사가 잘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신규 출점이 기존 점포의 매출을 나눠 가질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결국 예비 창업자에게 필요한 것은 숫자의 양이 아니라 숫자의 해석이다.
지금의 정보공개서는 공급자가 제공해야 할 정보를 충실하게 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의 질문은 조금 다르다. "이 브랜드의 평균 매출이 얼마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내 손에 남는 돈은 얼마가 남는가", "몇 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가", "폐업한 점주들은 왜 나갔는가", "내 주변에 같은 브랜드가 들어오면 내 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더 현실적인 질문이다.
프랜차이즈 시장이 커질수록 이런 차이는 중요해진다.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비교해야 할 대상도 많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를 더 쌓는 일이 아니라, 소비자와 예비 창업자가 실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보를 다시 배열하는 일이다.
카페가 너무 많다는 말은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만은 아니다. 그만큼 누군가는 매일 새로운 카페를 열고, 누군가는 그 가게에 자신의 퇴직금과 저축을 걸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판단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때로는 너무 많은 숫자가 가장 중요한 질문을 가린다. 카페가 넘쳐나는 거리에서 우리가 정말 부족한 것은 카페가 아니라, 그 카페를 열어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