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혁명과 시민혁명이 일어났던 유럽의 극우화 현상이 심상치 않다. 얼마 전 독일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 결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이 43.8%의 득표율을 얻으며 제1당으로 올라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정치에서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우위를 점한 것이다. 집권당인 '기독 민주당(CDU)'은 17.2%로 1위와 큰 표차를 보이며, 2위에 올랐다.
그동안 독일 정치는 극우 정당과 기존 정당이 손을 잡지 않는 일종의 방화벽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AfD가 40% 넘는 득표율을 보이면서 보수적 좌파를 지향하는 '자라바겐크네히트(BSW)'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두 정당이 연합해 과반을 득표하면, 극우 정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극우화는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탈리아는 2020년대에 극우가 주류가 되면서 실제 2022년 극우 '이탈리아형제들(Fdl)'이 정권을 잡아 조르자 멜로니가 총리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는 내년 4~5월 대선을 앞두고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좌파·중도 주자들을 큰 격차로 앞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스페인에서도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좌파 정부가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면서 극우 복스당이 지지세를 확대하고 있다. 영국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기존의 우파보다 더 선명한 오른쪽을 표방하는 '개혁당(Reform UK)'이 약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마가(MAGA)'가 일본은 오래전부터 극우가 집권하고 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국민이 심판한다'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혐오와 조롱, 멸시를 앞세운 극우 세력이 국회에 들어온 전례는 없었다. 그러나 최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역사적으로 이미 합의에 이른 5·18 민주화운동을 다시 문제 삼는 토론회를 열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의 집회까지 국회에서 열리도록 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는 우리 정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위험한 신호다.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번 정부는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비교적 좋은 정치적 환경도 갖췄다. 그러나 이런 조건에서도 여당이 내부 분열과 갈등을 반복한다면 국민의 실망과 정치에 대한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 틈을 극우 세력이 파고드는 것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은 주요 7개국(G7) 국가들과 견줄 만한 경제 규모를 갖췄고, K-팝부터 K-드라마 등을 비롯한 소프트파워 역시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제 우리 정치가 극단과 혐오의 정치로 후퇴하지 않도록 민주주의의 방화벽을 지켜야 한다. 그 출발점은 정부와 여당의 성공이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이번 정부가 성공한다면, 극우의 확산을 막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가장 강력한 방화벽을 세울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 G7에서 열린 정상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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