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은 더 진척됐지만, 눈에 보이는 실물 자체가 확 바뀐 건 아니죠. 그러다 보니 전시품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지난 9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국제 반도체 기판 및 첨단 패키징 산업전이 개막했다.(사진=뉴스토마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기판 및 첨단 패키징 산업전(KPCA Show 2026)’ 현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대체로 비슷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반도체 기판·패키징 전시회라는 이름에 비해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게 달라진 제품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전시장에서도 겉모습만 놓고 보면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제품이 적지 않았다. 대면적·고다층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유리기판, 미세회로 등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기술들이 올해도 상당 부분 전시장을 채웠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크지 않다면 매년 전시회를 여는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기술 개발의 속도로 설명했다. 지난해 개발 수준이 30%였다면 올해는 40%까지 올라온 식이다.
반도체 기판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곧바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산업이 아니다. 소재와 공정 개발부터 수율 확보, 신뢰성 검증까지 넘어야 할 단계가 많고, 고객사 평가와 양산 검증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1년 만에 완전히 다른 실물을 내놓기 어려운 이유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매년 전시에 나오는 이유는 분명했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객사에는 현재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보여줘야 하고, 시장에는 개발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당장 양산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더라도 시제품을 공개하고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 역시 개발의 일부다. 업체들은 같은 제품을 전시하면서도 공정 완성도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구현 가능한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를 설명하는 식으로 그동안의 진척을 보여줬다.
지난해 방문했던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전시장에 놓인 각종 무기체계의 외형만 보면 이전 행사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설명을 듣다 보면 내부 성능이 어떻게 개선됐고, 개발 단계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차이가 드러났다. 기술 산업에서의 변화가 항상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보면 전시회의 역할도 조금 달리 보인다. 매년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보여주는 자리라기보다 각 업체가 지금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중간 점검’에 가깝다. 지난해 30%였던 기술이 올해 40%가 됐다면, 그 10%의 진전을 고객과 시장에 보여주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다.
현재의 실물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설명하며, 다음 단계가 어디인지를 제시하는 것. 어쩌면 기술 전시회는 완성된 결과물을 보여주는 자리라기보다 그 과정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증명하는 자리인 건지도 모르겠다.
박창욱 기자 pbtk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