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선영 기자] 여러분은 '1인가구'라는 말에서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시나요. 사실 기자는 '외로움'과 '고독사'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실제 1인가구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1인가구 10명 중 7명(69%)은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형성에 소비되는 불필요한 피로함을 벗어내고 삶을 '나 중심'으로 채울 수 있다는 사람들이 과반수인 것입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연구소 소비자마케팅분석팀은 앞서 7일 '일하는 1인가구의 금융니즈 탐색'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입니다. 대한민국 최다 가구 유형입니다. 이미 표준가구인 셈이지요. 이 유형은 임시적 가구 형태가 아닌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25세부터 59세 1인가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대상은 △근로, 사업소득을 보유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 △개인이 직접 소득 및 금융거래를 관리하는 사람 △부동산, 예적금, 주식, 금 등 3개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입니다.
이들은 우량한 금융 주체입니다. 1인가구 평균 순자산은 3억6000만원, 월소득은 425만원입니다. 순자산 규모는 국내 전체가구(6억7000만원)의 절반을 넘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무분별한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저축과 투자 확대가 보였습니다. 1인가구의 95%가 평소 소비지출 관리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절약, 혜택 최적화, 추가 소득 확보, 현금흐름 재무관리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들 중 38%는 소비지출 관리를 위한 재무 컨설팅 수요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에 맞춰 금융권에서도 1인가구에게 주목하고 있습니다. 1인가구의 금융 수요가 단순 자산 증식을 넘어 노후, 질병, 간병 위험에 대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저축과 투자는 모두 '노후 준비'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1인가구는 이른 나이부터 노후 준비를 실천합니다. 시작 연령대는 50대(48%), 40대(43%), 30대(3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노후 준비를 위한 선호 상품 1위는 정기적금(60%)입니다. 이어 주식(56%), 정기예금(49%) 순이 주목받았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인가구의 투자 성향이 지극히 안정적인 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본인의 소득 외 대체 소득원이 없어 그만큼 투자 자신감이 낮다는 평가입니다. 실제로 투자 및 자산관리에 자신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71%입니다. 구체적인 어려움으로는 금융 정보 이해의 어려움(41%), 노후 목표 설정의 어려움(37%), 투자 손실 및 사기(30%) 우려, 금융 관련 지식 부족(26%) 등이 꼽혔습니다. 도움받거나 상담할 곳이 없다는 응답도 14%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트렌드만 쫓아가기보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대면 상담·서비스를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1인 가구는 무엇에 관심이 클까요. 1인가구 삶의 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건강관리(70%)입니다. 이에 연계해 보험상품에 대한 관심(14%)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보험을 보유한 1인가구 중 현재 보험으로 미래를 대비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답한 비율은 46%입니다. 1인가구 보험상품 보유율이 가장 높고, 보장을 조정하고자 하는 니즈도 가장 큽니다. 암, 뇌, 심장 등 큰 병과 중대 질환에 대한 보장을 조정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6%입니다. 또 간병과 돌봄에 대한 보장을 강화할 의향(38%)도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실손·병원비는 35%, 치매는 23%, 치아는 21%% 등 순입니다.
이제 더 이상 1인가구는 '외롭게 혼자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소득이 높은 핵심 고객군으로 우뚝 올라섰습니다. 삶이 가족이 아닌 '나'를 중심으로 구조가 재편되는 만큼, 보험사들도 가족 부양을 전제로 한 기존 보장 설계에서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이목이 쏠린 중대 질환 이후의 간병·돌봄과 노후생활까지 연결한 보장 구조를 검토할 필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의 생애주기별 맞춤 포트폴리오와 관련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런 서비스들이 고도화된다면 기자가 나중에 혼자 살게 되더라도 남은 노후가 무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1월 오후 서울 시내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이 아이스 커피를 들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선영 기자 line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