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동 소재 공인중개사 전경. (사진=이수정 기자)
[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이사철을 앞두고 부동산 중개업계가 또다시 '임장비' 카드를 꺼냈습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집을 보러 다니는 임장 단계에서부터 일정 비용을 받고, 계약이 성사되면 이를 중개보수에서 차감하는 '임장 기본보수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장 기본보수제는 지난해 4월 김종호 협회장이 취임 공약으로 처음 꺼냈다가 소비자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후 1년여 만에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현재 등기부등본 열람이나 권리관계 확인, 상담 등 실제 투입한 전문 노동에 대해 아무런 보수도 받지 못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최근 온라인 부동산 스터디 모임 등 '임장크루'가 늘면서, 계약 의사 없이 매물만 둘러보거나 사진을 찍어 콘텐츠로 소비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소비자 반발이 끊이지 않습니다. 최대한 많은 매물을 둘러봐야 하는 수요자들은 임장비가 누적될수록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누리꾼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매물만 보여줘도 돈을 내야 하느냐", "수백만원에 달하는 중개보수도 부담스러운데 집을 보는 단계부터 비용을 물리냐"는 반응입니다.
실제로 중개보수 부담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직거래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당근마켓의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2024년 5만9451건으로 220배 넘게 늘었습니다. 이에 임장비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중개업계가 발 딛고 선 시장 자체를 축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중개사들의 위기감도 무시할 수는 없는 수준입니다. 최근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하면서 한 달에 성사되는 계약이 1~2건에 그치는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신규 개업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한때 억대 연봉이 흔했던 업종이라는 말도 옛말이 됐다고 합니다. 업계는 변호사가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상담료를 받고, 컨설턴트가 프로젝트 무산 여부와 별개로 착수금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성공보수' 모델은 기형적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임장비 논란의 본질은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가'가 아니라 '중개 서비스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가'에 가깝습니다. 임장크루 같은 무임승차성 이용을 걸려내면서도 실수요자의 문턱을 높이지 않을만한 절충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