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 앨범 표지. (이미지=머무르)
요즘 유난히 자주 듣는 노래가 있습니다. '머무르'의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입니다.
제목부터 마음을 건드립니다. 어릴 때 막연히 생각했던 어른은 지금보다 훨씬 멋지고 단단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여전히 사소한 일에 흔들리고 앞날을 걱정합니다. 그런 제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아 요즘 이 노래에서 꽤 많은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노래를 통해 위로받은 게 오랜만이라 "이 가수는 누구일까"하고 찾아보다가 조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른 목소리가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앨범 소개에 따르면 보컬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Suno AI'를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다만 작사와 작곡, 전체 프로듀싱 방향은 아티스트 '머무르'가 직접 맡았습니다. 머무르는 AI를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현대적인 악기이자 파트너'라고 설명합니다.
AI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노래를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분명 저는 그 목소리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실제 삶을 살아본 적도, 어른이 되어 좌절해 본 적도 없을 겁니다. 슬퍼하거나 지쳐본 적도 없겠죠.
그 사실을 알고 나면 노래가 다르게 들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평소 유튜브에서 우연히 접한 AI 목소리는 어색하다는 생각에 바로 넘기곤 했는데, 이 노래는 여전히 제 플레이리스트에 남아 있습니다. 퇴근길이면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되는 제 '퇴근송'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목소리를 낸 AI는 감정이 없지만, 그 노래를 기획한 사람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가사와 멜로디에 담았고, AI는 그것을 표현하는 하나의 도구가 됐습니다.
사람의 감정이 새로운 기술을 빌려 제게 도착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