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고교 내신을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 국가교육위원회의 국가교육발전계획 논의 과정에서 거론됐습니다. 국교위는 아직 확정된 의제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 2년째를 맞은 지금 내신 평가방식이 제도의 취지와 맞는지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교학점제는 지난해 고1부터 전면 적용됐고 올해는 고1과 고2가 대상입니다. 내년이면 고교 전 학년으로 확대됩니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듣도록 하자는 것이 제도의 핵심입니다. 기존처럼 모두가 비슷한 과목을 듣는 데서 벗어나 각자의 진로에 맞는 수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선택권을 넓혔다고 해서 학생들의 입시 계산까지 단순해진 것은 아닙니다. 현재 보통교과는 성취도와 함께 5등급 석차등급을 산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듣고 싶은 과목보다 어느 과목이 내신에 유리한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면 선택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학생에게 각자 다른 길을 가라고 하면서 다시 등급 경쟁을 의식하게 만드는 구조가 고교학점제와 잘 맞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절대평가가 곧 해답이라는 뜻도, 석차등급을 함께 산출하는 현행 방식이 옳다는 뜻도 아닙니다. 절대평가를 확대한다면 학교마다 다른 시험 난이도와 평가 기준 속에서 성적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남습니다. 반대로 석차등급 경쟁이 학생의 과목 선택에 크게 작용한다면 원하는 과목보다 내신에 유리한 과목을 고르려는 문제도 계속될 수 있습니다.
대학이 학생을 무엇으로 선발할지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내신의 변별력이 낮아질 경우 대학이 수능이나 다른 대입 요소를 더 중시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평가방식 하나만 바꿔서는 고교학점제와 대입 사이의 문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제도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입시 셈법을 익혀야 한다는 부담도 큽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해야 유리한지, 내신과 수능 가운데 어디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면 선택권 확대라는 취지도 충분히 살아나기 어렵습니다.
결국 핵심은 상대평가냐 절대평가냐를 고르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선택을 넓히는 제도라면 내신평가와 대학입시도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맞물려야 합니다. 고교학점제는 이미 두 번째 학년까지 적용됐고 내년이면 전 학년으로 확대됩니다. 학생에게 선택권을 줬다면 그 선택이 또 다른 입시 계산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평가와 대입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박선영 기자 sunny6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