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무총리실은 총리실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수장에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전문대학원장을 임명했다. 한 달 뒤 최 위원장은 인하대 제17대 총장으로까지 선임됐다. 업계 안팎에선 “한진그룹 산하 학교법인인 정석인하학원이 선정한 총장을 사조위원장이 겸임하면, 한진 계열 항공사가 사고를 냈을 때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지난해 12월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참사 유가족들이 모여 여객기가 충돌한 콘크리트 둔덕(로컬라이저)의 잔해를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무총리실은 지난 7월20일 사조위 위원장으로 최 교수를 임명했다. 임기는 2026년 7월17일부터 2029년 7월16일까지 3년이다. 사조위는 항공과 철도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정부기구다. 원래 국토교통부 소속이었으나,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초기 조사에서 책임 논란이 있던 국토부가 ‘셀프 조사’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올해 2월 국무총리실로 이관됐다.
문제는 최 위원장의 인하대 총장 겸직이다. 인하대의 학교법인은 정석인하학원이며, 정석인하학원은 한진그룹 산하 학교법인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국내 5개 항공사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오는 12월17일 이후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면 한진그룹 항공 계열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을 전망이다.
사조위가 향후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의 사고를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여기서 비롯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뿐 아니라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까지 포함되면서 한진그룹의 국내 항공시장 영향력은 막대하다.
항공 사고조사는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안전관리 체계 점검 등을 수반하는 만큼 조사 대상 기업과 조사 책임자 간 이해관계가 없다는 신뢰가 핵심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항공사의 과실이나 안전관리 미흡 등이 지적될 수 있어 법적 이해충돌 여부와 별개로 외부에서 공정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한진 계열 항공사들이 사고를 냈을 때 위원장을 제척하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만, 충분한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될지는 미지수다. K-항공이 대형 참사 이후 선진 안전문화를 세우려면 그 첫 단추인 사조위원장 선임부터 신뢰를 담보해야 한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