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한글의 장점 중 하나는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한글로 적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일본어 'あいしてる'를 '아이시떼루'라고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언어를 한글로 적을 수 있다고 해서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시떼루'라는 글자를 읽을 수 있어도 그것이 '사랑해'라는 뜻이라는 것은 따로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전시에서 이승택 작가의 '언어의 해체' 작품이 걸려 있다. (사진=윤금주 기자)
지난 주말 오랜만에 문화생활을 하러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라는 전시였습니다.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알고 있던 상식과 생각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정말 당연한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의미가 누군가에게도 같은 의미일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연필이 처음부터 '연필'이라는 이름을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닌 것처럼, 단어와 글자 역시 그 자체로 모든 의미를 설명해 주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의미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의 말을 섣불리 나쁘게 해석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맥락에서 그 말을 했는지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특히 글과 말이 전달되는 방식이 다양해진 요즘에는 더 그렇습니다. 짧은 문장 하나가 캡처돼 맥락 없이 문장만으로 퍼지고, 같은 표현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때로는 말하지 않은 것까지 의미를 부여받기도 합니다. 빠르게 판단하고 쉽게 단정할 수 있는 환경일수록, 눈앞에 놓인 글자만으로 상대의 생각을 모두 안다고 여기는 것은 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것이 소통은 아닙니다. 글자를 읽고 단어를 이해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말을 한 사람이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꺼냈는지를 서로 헤아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맥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해질 때 비로소 글자 너머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