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테라포밍'이라는 주제에 꽂혀 관련 게임을 찾아 즐긴 적이 있습니다. 황량한 행성에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모아 온도를 높이고, 물과 식물이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지구와 비슷한 행성으로 바꿔나가는 게임들입니다.
게임마다 방식은 조금씩 달랐지만 여러 테라포밍 게임을 하면서 반복해서 겪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환경을 변화시키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행성의 온도를 높이고 얼음을 녹이다 보면 어느 순간 물이 불어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메말랐던 땅에 호수가 생기는 모습을 보며 테라포밍에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물은 제가 원하는 곳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기껏 만들어 놓은 기지가 물에 잠겼습니다. 자원을 옮기기 위해 연결해놓은 도로가 끊기기도 했습니다. 행성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온도를 높였는데 그 변화가 오히려 제가 만들어놓은 것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겁니다.
물론 게임에서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기지를 높은 곳으로 옮기거나 도로를 다시 만들면 됩니다. 정 안 되면 이전에 저장한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몇 번 실패하고 나면 물이 어디까지 차오를지 예상해 처음부터 높은 곳에 기지를 짓는 요령도 생깁니다.
하지만 현실의 기후변화에는 저장된 게임을 불러오는 기능이 없습니다.
최근 네팔에서 발생한 빙하 붕괴 사고 역시 기후변화와 맞물려 빙하와 고산지역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간다는 하나의 변화가 빙하와 강수량, 해수면, 생태계 등 서로 연결된 수많은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그 결과를 우리가 모두 예상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기온이 몇 도 올라갈지를 계산하는 것과 그 변화가 특정 지역과 사람들의 삶에 어떤 연쇄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금 게임 속 가상의 행성이 아니라 실제 지구의 환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면 실패한 뒤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는 두 번째 플레이가 없습니다. 기후변화가 두려운 이유는 단순히 지구가 더워지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변화의 끝에서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네팔 카트만두 일대에서 바라본 히말라야 산맥 만년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