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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교통정리인가
입력 : 2026-09-07 오후 5:24:27
취재 현장에서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면 습관처럼 던지던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혹시 청창사 나오셨어요?" 청년창업사관학교, 줄여서 청창사라는 이름이 기자의 입에도 붙을 만큼 익숙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서 청창사는 단순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하나의 '간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챗GPT)
 
실제로 스타트업 대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청창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배운 창업가 정신, 그리고 그곳에서 맺은 인맥이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2011년 출범해 16년째 이어져 온 이 사업은 그렇게 청년 창업자들의 성장 스토리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성과도 뚜렷합니다. 누적 8477명의 청년 창업자를 배출했고,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와 직방이라는 유니콘 기업 대표가 이곳을 거쳐 갔습니다. 버넥트, 오토앤, 그린리소스, 오픈놀, 에스오에스랩 등 다섯 개 기업은 코스닥에 상장했고, 노드메이슨, 미쥬, 오션스바이오 세 곳은 코넥스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 청창사가 내년부터 사실상 문을 닫게 됐습니다. 지난 1일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청창사를 '재도전성공학교'라는 신규 사업으로 대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19개 거점 인프라는 그대로 활용되지만 청창사라는 이름과 사업 자체에는 내년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재도전성공학교에 595억원의 신규 예산이 투입됩니다.
 
중기부는 재도전 지원 요구가 커진 데 따른 방향 전환이라고 설명합니다. 중기부는 청창사 출신 중 재도전에 나서는 이들이 많고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재도전 사업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동문과 재학생들의 당혹감은 감춰지지 않습니다. 류정원 청년창업사관학교 총동문회장은 청창사를 사관학교처럼 창업가 정신을 함양하고 멘토링, 끈끈한 네트워크가 강점인 정책 자산이라고 평가하면서 재도전 사업으로 통째로 전환해버린 데 대해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남청창사 16기 회장을 맡고 있는 김의겸 글로벌녹돈 대표 역시 국내 네트워크가 없던 자신에게 청창사가 거래처와 인적 자원을 만들어준 통로였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청창사는 첫 실패 자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사업으로, 재도전을 돕는 것과는 결이 다르다고 짚었습니다.
 
이번 결정을 두고 스타트업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중기부가 창업 사업을 창업진흥원에 몰아주면서 교통정리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중진공과 창진원의 역할을 나누는 조정이라는 것입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유지돼 온 16년짜리 브랜드, 유니콘 두 곳과 상장사 여덟 곳을 배출한 사업이 예산 한 줄 없이 사라지는 상황을 두고 물음이 남습니다. 이 교통정리,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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