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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에도 필요한 브레이크
입력 : 2026-09-07 오후 3:27:35
한때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국내 OTT'라는 기대를 가장 많이 받던 서비스가 티빙이었습니다. 모회사 CJ ENM을 갖고 있는 만큼 탄탄한 콘텐츠 명가를 OTT 플랫폼에서도 이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습니다. 여기에 프로야구 중계까지 더했습니다. 대중적인 스포츠를 유료화했다는 비난도 이어졌지만, 오리지널 콘텐츠, KBO 팬덤까지 끌어안으며 이용자를 빠르게 늘렸습니다. 쿠팡플레이와 함께 국내 OTT 경쟁을 가장 뜨겁게 만든 주인공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티빙이 이번에는 콘텐츠가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것도 3954만개 계정 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사고였습니다. 중복 계정이 상당하기에 유출된 계정 정보가 실제보다 크다고 볼 수도 있지만, 보안 사고 과정은 허술했습니다. 개발 키를 평문으로 관리했고, 접근 권한은 넓었고, 이상 징후를 제때 잡지 못했습니다. 잘 달리던 플랫폼이 가장 기본적인 곳에서 발목을 잡힌 셈입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티빙 사무실. (사진=뉴시스)
 
사고 이후 이용자 수도 주춤했습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두 달 연속 감소했고, 쿠팡플레이는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기며 격차를 벌렸습니다. OTT 경쟁은 콘텐츠만으로 이기는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습니다.
 
티빙은 뒤늦게 대규모 보상과 함께 보안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놨습니다. 앞으로 5년간 정보보호 투자를 4배로 늘리고, 보안 인력도 3배로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늦었지만 필요한 약속입니다.
 
생각해 보면 성장하는 서비스는 모두 한 번쯤 '속도를 줄여야 하는 순간'을 만납니다. 문제는 브레이크를 언제, 어떻게 밟느냐입니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콘텐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기반입니다. 빠르게 커지는 동안 보안은 뒤로 밀렸고, 결국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이번 사고가 티빙의 성장에 쉼표가 될지, 마침표가 될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더 크게 성장하려는 플랫폼이라면, 기능을 더하는 속도만큼 기본을 다지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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