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정책 실패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당국자 자녀의 직장과 특정 금융회사 특혜 의혹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정책 책임을 따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자녀의 근무 이력만으로 특혜를 의심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입니다.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정책 검증을 넘어 가족과 기업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은 4일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이른바 'ETF 국민사기 3인방'으로 지칭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고위험 상품을 졸속 도입해 투자자 손실을 키웠다는 주장과 함께 직권남용, 직무유기,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까지 제기했습니다.
정책 실패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는 당연합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하루 주가 등락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출시 이후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졌고 금융당국은 뒤늦게 기본예탁금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애초 투자자 보호 장치가 충분했는지 도입 속도가 적절했는지는 충분히 따져볼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치권 공방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갔습니다. 김 전 실장과 이 원장의 아들이 미래에셋에 근무한다는 점이 이해충돌 의혹의 근거로 등장했고 김 전 실장과 미래에셋 측의 비공개 회동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특정 금융회사 특혜설로 번졌습니다.
물론 공직자의 가족이 관련 금융회사에 근무한다면 이해충돌 여부는 짚어봐야 합니다. 관련 의사결정에서 직무 회피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살피고 특정 회사에 유리한 정보나 별도의 편의가 제공된 정황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자녀가 특정 회사에 근무한다는 사실과 정부가 그 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정책 도입을 둘러싼 회사 측의 요청이나 정보 접근의 차이, 상품 출시 과정에서의 별도 혜택처럼 특혜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연결고리가 먼저 나와야 합니다.
이 연결고리 없이 자녀의 직장부터 앞세우면 정치권 싸움은 금세 신상 털기로 흐를 수 있습니다. 공직자의 자녀가 삼성에 다니면 삼성 관련 정책이, 은행에 다니면 금융정책이 모두 특혜 의혹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정책을 검증하겠다며 시작한 일이 자녀들의 이력서를 뒤지는 경쟁으로 흘러가서는 곤란합니다.
더 묘한 점은 실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가장 많은 운용수익을 올린 곳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아니라 삼성자산운용이었다는 점입니다. 출시 이후 8월 초까지 삼성자산운용은 관련 ETF 운용수익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크게 앞섰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특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혜를 받았다고 반드시 시장점유율 1위나 최대 수익을 기록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특정 회사를 위한 정책이었다는 주장을 펴려면 그 회사가 다른 회사와 달리 받은 혜택이 무엇인지부터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 실패는 얼마든지 세게 비판할 수 있습니다. 청탁이 있었다면 경위를 밝히고 이해충돌 의무를 어겼다면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특정 업체에 특혜가 돌아갔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랐는지 구체적인 근거가 뒤따라야 합니다.
정치권이 들여다봐야 할 것도 결국 정책 결정 과정입니다. 제도를 누가 제안했고 일정이 왜 앞당겨졌으며 금융당국 내부에서 어떤 검토와 판단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먼저입니다. 가족관계나 인적 친분은 그다음 문제입니다.
이미 따져볼 대목은 충분합니다. 책임의 무게를 키우기 위해 가족의 이력까지 끌어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의혹은 관계가 아니라 증거로 완성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