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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게 맡기는 3년의 결과
입력 : 2026-09-02 오후 4:54:44
대한민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단순한 시험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수능 점수 몇 점 차이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가 달라지고, 그 선택이 이후 몇 년의 대학 생활은 물론 진로와 취업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채점의 정확성과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다른 시험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런 수능의 채점 과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를 위한 첫 토론회에서 서·논술형 답안에 AI를 활용한 1차 채점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역시 '교육광장'에 실린 평가원장 인터뷰를 통해, 단위학교에서 AI 채점을 도입·활용하기 위한 로드맵과 가이드라인을 제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서·논술형 평가가 확대될수록 채점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채점의 편차를 줄이는 것도 과제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많은 답안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AI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AI가 사람의 판단을 완전히 대신할 만큼 완벽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AI는 학습한 데이터와 설계 과정에서 비롯되는 편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이른바 '환각' 문제 역시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일상에서 AI가 잘못된 답을 내놓는다면 다시 질문하거나 다른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 입시는 다릅니다. 특히 수능처럼 한 번의 결과가 앞으로 몇 년의 대학 생활과 이후 진로에까지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시험이라면 작은 오류 하나가 한 사람에게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더 걱정되는 것은 AI의 오류를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AI가 잘못된 채점을 했지만 학생도 교육 당국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 입시 결과가 확정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 오류가 확인된다면 이미 입학 여부가 결정되고 다른 학생들의 입시 결과까지 연쇄적으로 연결된 상황에서 피해를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AI가 사람을 돕는 것과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판단을 AI에 맡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기술이 불완전한 상황이라면 AI가 내놓은 결과를 사람이 다시 검증할 수 있어야 하고, 오류가 발생했을 때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을 절차도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학생에게 수능 점수 몇 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 결과에 따라 앞으로 보내게 될 몇 년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AI 채점의 편리함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그 판단이 틀렸을 때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되돌릴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AI 이미지. (사진=뉴시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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