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서울에서 부산에 있는 사람과 통화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손안의 스마트폰과 기지국 정도지만, 실제 통화의 대부분은 땅속과 전봇대 위에 깔린 유선망을 거칩니다. SK텔레콤의 광케이블만 20만㎞, 지구를 다섯 바퀴 돌 수 있는 길이입니다. 전주는 235만개, 맨홀은 9만1000개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나이를 먹는다는 점입니다. 케이블이 늘어지거나 전주가 기울고, 맨홀이 파손되기도 합니다. 주변 공사장에서 굴착기가 광케이블을 건드리면 대규모 통신 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국 곳곳의 시설물을 사람이 매일 들여다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SK텔레콤이 1일 공개한 '톺다'는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업무 차량에 달린 카메라가 도로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공사장과 중장비, 늘어진 케이블과 기울어진 전주 등을 찾아냅니다. 단순히 사물을 찾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굴착기가 트럭에 실려 이동 중인지, 실제 통신시설 주변에서 땅을 파고 있는지도 구분합니다. AI에 '눈'뿐 아니라 '상황을 읽는 능력'까지 더한 셈입니다.
통신망 운용에서 AI의 역할도 조금씩 넓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공연을 앞두고 어느 지역에 사람이 몰릴지 예측하고, 장애가 발생하면 과거 조치 이력을 찾아 대응 방법을 제안합니다. 사람이 경험으로 찾아내던 위험 신호를 AI가 먼저 골라주는 방향입니다.
통신망은 문제가 없을 때는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끊어지고 나서야 그 중요성을 체감합니다. AI가 통신망을 스스로 관리하는 시대의 시작도 어쩌면 거창한 기술보다, 사람이 미처 보지 못했던 늘어진 전선 하나를 먼저 발견하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