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 소셜미디어(SNS) 중독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최대 18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25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했습니다. 합의금 규모도 규모지만, 그 의미가 더 크게 나가오는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이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플랫폼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결과 발생한 청소년의 중독 피해에 기업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 소송를 다룬 외신들을 보면 사실 메타는 구체적인 혐의를 인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소송을 포기하고 25조원 규모의 합의금을 내기로 선택한 겁니다. 일각에선 소송을 강행했으면 더 큰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쨌든 메타는 향후 10년에 걸쳐 지급할 25조원과 함께 10대 이용자의 하루 사용시간 제한, 심야 이용 제한, 강화된 연령 확인, 부모 통제 기능 등을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14~17세 이용자에게 하루 2시간의 사용 제한을 적용하고 학교 시간대 알림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 앞에서 숨진 자녀의 사진을 든 부모들이 소설미디어의 유해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합의가 메타만의 비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메타는 합의금 일부를 지급하는 데 틱톡과 유튜브, 스냅 등이 유사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경쟁 플랫폼들도 청소년 보호 기준을 맞추도록 압박한 겁니다.
유튜브와 틱톡 역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실제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이용하다 중독과 정신건강 피해를 입었다는 한 이용자의 소송에서 메타와 구글이 함께 책임을 인정받아 총 600만달러의 배상 판결을 받은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메타·구글·틱톡·스냅 등을 상대로 수천 건의 유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방송통신위원회는 메타의 청소년 보호 조치가 미국에만 머물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국내에서도 미성년자의 SNS 이용과 알고리즘 추천을 제한하는 법안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메타의 25조원은 단순한 합의금이 아니라 그동안 빅테크가 플랫폼을 성장시키는 방식에 대한 첫 번째 경고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