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식 발표한 호남권 반도체 생산시설(팹)은 삼성전자 2기와 SK하이닉스 2기 등 총 4기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6기+α’부터 9기, 최대 10기까지 서로 다른 숫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계획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장기 증설 가능성과 지역의 목표, 부지 규모가 뒤섞인 결과로 풀이됩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지난달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전남광주 군공항 인근에서 부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6월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발표된 공식 계획은 팹 4기입니다. 다만 발표 전부터 시장에서는 양사가 호남권에 6기 이상을 건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5기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최종 발표에는 양사 2기씩만 담겼습니다.
발표 이후에는 ‘6기+α’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정부가 장기 전력수요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서남권의 추가 팹 건설 가능성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존 4기에 향후 2기 이상의 잠재 수요를 더한 것으로, 확정된 투자라기보다 장기 전망으로 보입니다.
지역 정치권을 거치면서 숫자는 9기까지 늘어났습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은 삼성전자 5기와 SK하이닉스 4기 등 총 9기가 거론된다고 밝혔습니다. 최대 10기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설 광주 군공항 부지 약 250만평에 물리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팹 규모를 계산한 숫자입니다.
정리하면 4기는 공식 계획, 6기 이상은 장기 증설 가능성, 9기는 지역의 유치 목표, 10기는 부지의 최대 수용 규모로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6월 국민보고회에서 발표한 계획은 팹 4기”라며 “그 이상의 투자는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추가 건설 의향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잇달아 등장한 숫자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만 전망과 목표가 확정된 투자처럼 받아들여지면 향후 사업 속도나 규모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 있어 걱정입니다. 당장은 4기를 기준으로 전력과 용수, 교통망을 차질 없이 구축하고, 추가 투자는 시장 상황과 기업의 결정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요.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