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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없어도 빚은 집니다
입력 : 2026-08-27 오후 5:45:21
성실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열심히 사업을 꾸려온 이들이 갑자기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를 종종 마주합니다. 남들보다 빠르게 흐름을 읽고 한발 앞서 움직였던 선택이 되레 발목을 잡습니다.
 
(이미지=챗GPT)
 
최근 홈플러스 회생절차로 입점 소상공인과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 납품 비중이 큰 기업들은 미정산으로 인해 당장 원재료비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폐점 대상 매장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투자금 회수는커녕 하루 5~10만원을 버는 수준으로 내몰렸습니다. 인테리어와 시설에 들인 비용을 생각하면 하루빨리 매장을 정리하고 싶지만, 그럴 비용조차 없어 발이 묶인 상태입니다. 옆 매장들이 빠져나가고 비어있는 부지를 쓸쓸하게 지킬 따름입니다.
 
종이빨대 업체들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환경보호 흐름 속에 환경부가 플라스틱 사용 규제안을 내놓자 발 빠르게 종이빨대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유예했다가 사실상 철회하면서 이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습니다. 큰돈을 들여 마련한 설비는 멈춰 섰고, 재료는 폐기 수순을 밟았습니다. 국내 레퍼런스가 없다 보니 수출길을 모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개성공단이 있습니다. 하루아침에 가동이 중단되면서 설비를 그대로 두고 나온 기업인들은 지금까지도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물론, 개성공단 사업에 집중했던 기업일수록 피해는 더 컸습니다. 그 여파로 도산한 곳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업에는 늘 불확실성이 따른다지만, 정책과 정세, 대기업의 사정에 따라 존폐가 갈리는 쪽은 언제나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입니다. 잊히지 않도록 간헐적으로라도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 제가 건넬 수 있는 작은 위로입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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