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자주 나옵니다. 대출을 조이고 규제를 바꾸고 공급을 늘리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습니다.
서울에서는 전셋값과 월세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은 대출 문턱에 막히고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은 줄어든 매물 앞에서 발을 동동 구릅니다. 이미 집을 산 사람도 편하지 않습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역대 가장 많아졌습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에서 강제경매 매각으로 소유권이 이전된 부동산은 3854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늘었고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0년 이후 최대입니다.
한쪽에서는 집값이 오르고 다른 한쪽에서는 집이 경매로 넘어갑니다. 집값이 오른다고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대출 부담을 버티지 못하면 결국 경매시장으로 밀려납니다.
집이 없는 사람의 사정은 더 단순합니다. 사고 싶어도 비싸서 못 사고 전세를 구하려 해도 매물이 부족해 결국 월세로 갑니다.
이쯤 되면 정부가 무엇을 잡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집값인지 대출인지 아니면 실수요자의 발목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최근 내놓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책도 비슷합니다. 정부는 자금난 등으로 멈춰 선 PF 사업장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시범사업을 확대해 대상 사업장을 넓히고 세제 혜택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멈춰 선 사업장을 살려 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이게 정부의 공급 대책 한 축이라는 점은 씁쓸합니다. 국토교통부는 PF 사업장을 "가장 빠르게 집이 될 수 있는 자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뒤집어 보면 정상적인 공급만으로는 당장의 부족분을 메우기 어려우니 멈춰 선 사업장을 다시 살려 공급 카드로 쓰겠다는 얘기입니다. 고장 난 차를 고쳐 다시 도로에 올리는 건 필요하지만 그게 교통정책의 중심이 돼선 곤란합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집값이 뛰면 대출을 조이고 PF가 멈추면 공공이 나서고 전세가 부족해지면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합니다. 문제가 생긴 뒤 하나씩 막는 처방이 반복됩니다.
하지만 국민이 궁금한 건 '이번에는 무엇을 막을 것인가'가 아닙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집이 언제 나오는지 전세 매물은 왜 줄었는지 월세 부담은 언제쯤 낮아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정책 발표에는 늘 공급 몇 만 가구와 대출 증가율 같은 숫자가 따라붙습니다. 정작 집을 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보증금 얼마. 월세 얼마. 대출이자 얼마.
정부가 보는 숫자와 국민이 체감하는 숫자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큽니다.
더 답답한 건 정책이 늘 한발 늦다는 점입니다. 집값이 뛴 뒤 대출을 막고 PF가 멈춘 뒤 공공이 나서고 전세난이 심해진 뒤 공급을 약속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새 대책이 등장하지만 실수요자는 그때마다 다음 규제가 무엇인지부터 걱정해야 합니다.
집값 안정도 중요하고 가계부채 관리도 필요합니다. PF 부실을 정리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정책의 끝에는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집을 가진 사람은 경매로 밀려나고 집이 없는 사람은 월세로 밀려나는 상황이라면 지금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대책을 몇 번 발표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국민이 실제로 감당할 수 있는 집이 늘었는지가 중요합니다.
정부가 이제 그 숫자부터 봤으면 합니다.
해 들어 7월까지 강제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이전된 서울 부동산이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26일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경매 전문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