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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민심 다시보기
입력 : 2026-08-24 오후 8:33:17
지난 23일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강주영 기자] 집은 사는 것일까요, 사는 곳일까요.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핵심은 부동산 과세 기준을 ‘보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장기간 집을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얼마나 거주했는지를 세제 혜택에 더 반영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종합부동산세도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1주택자의 경우 거주자는 공시가격 14억원까지, 비거주자는 9억원까지 기본공제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정부가 겨냥한 것은 초고가·비거주 주택입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달 “집은 ‘바잉(buying·매수)’이 아닌 ‘리빙(living·거주)’”이라며 실거주자 중심의 주택시장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방향 자체는 이해할 만합니다.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집이 투자의 대상이자 자산 증식의 수단이 돼버린 현실에서, 실제 거주하는 사람에게 세제상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세금은 집값이 아니라 현금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도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100억원짜리 강남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요. 집값은 비싸지만 당장 쓸 수 있는 소득이 없다면 세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공시가격 30억원을 넘는 공동주택은 전국적으로 약 5만호, 전체의 0.32% 수준입니다. 극소수의 초고가 주택에 과세를 집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벌써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부동산 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5252건으로,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지난 3일보다 8% 늘었습니다. 특히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에서만 2322건이 증가해 서울 전체 증가분의 47.9%를 차지했습니다. 세금 부담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매물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입니다.
 
대출 규제가 강하게 묶인 상황에서 수십억원짜리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청년이나 무주택자는 많지 않습니다. 집주인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집을 팔았다고 해서 그 집이 곧바로 실수요자의 집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임대시장도 걱정입니다. 임대인의 세 부담이 늘어나면 그 비용을 전월세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책의 부담이 청년과 저소득 임차인에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지난 23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정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과세 기준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 것도 이런 우려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동시에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500세대 이하 주택사업의 인허가 권한을 기초단체에 이양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이라면 세금만 바꿔서는 안 됩니다. 실제로 살 집이 충분해야 하고, 청년과 무주택자가 그 집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변화에는 늘 불안이 따릅니다. 그렇기에 정부가 이번 세제개편안을 다시 살펴본다면 일부의 목소리가 아니라 다수의 삶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집은 누군가에게는 자산이고, 누군가에게는 노후의 마지막 버팀목이며, 누군가에게는 그저 오늘 밤 몸을 누일 공간입니다.
 
정부가 말한 ‘리빙’의 의미가 정말 그곳에 있다면, 부동산 정책의 목표 역시 결국 사람들이 집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집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강주영 기자 juyo9642@etomato.com
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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